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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륜기로 덮어버린 5월의 비명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전4권)/강준만·인물과사상사-
방대한 자료와 속도감 있는 문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전분야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토해내고 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 지난해 11월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1970년대편 3권을 출간했던 강교수가 6개월만에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이란 부제를 단 80년대편 4권을 선보였다.
강교수는 전공인 언론과 문화산업을 비롯해 한국사회 제분야를 포괄하는 엄청난 다작으로 유명하지만 하나하나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적’ 저작들이다.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오직 팩스로만 외부와 소통한다는 강교수.
그는 1940년대부터 한국 현대사를 10년단위로 나눠 정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10년에 걸쳐 1만여개의 주제별 파일을 수집했다. ‘경부고속도로 완공’과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을 70년대를 정초(定礎)한 사건으로 규정했던 강교수는 80년대 한국 역사의 핵심적 키워드로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을 택했다. 광주학살로 정권을 장악한 5공정권은 곧바로 프로야구를 출범시키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유치함으로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스포츠 공화국’을 만들었다.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와 경제 제일주의의 이벤트를 통해 광주학살을 역사에서 지우기 위한 ‘음모’가 도사렸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박정희 정권 18년 독재체제가 잉태한 ‘부패의 생활화’에 이미 익숙해진 국민들은 ‘밤의 자유와 프로야구에 취해’, ‘3저호황’이 가져다준 풍요와 ‘중산층’이라는 담론의 안온함에 취해 광주를 잊어갔다면서 ‘국민 비판’을 시도한다. 물론 87년 6월항쟁이 보여주듯 중산층이 독재체제를 무조건 용인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위선과 기만’에 빠져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
강교수는 정통 역사학자들이 역사의 ‘숨을 죽이기 위해’ 잘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는 현대사, 특히 관련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80년대의 역사에 확대경을 들이대는 이유가 “탄압에 지지를 보냈거나 침묵했던, 다수였거나 다수에 근접했던 많은 한국인들의 무뎌진 양심을 환기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저한 외면과 왜곡을 통해 광주를 고립시키고 군사 독재정권을 예찬했던 보수 우파 신문들이 여론을 독점한 채 한국 민주주의와 국민화합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도 그가 현대사 서술에 뛰어든 배경이다.
1년 단위로 묶인 각 장은 ‘K공작’ ‘아웅산 암살폭발사건’ ‘함평·무안 농민대회’ 등 굵직한 사건 위주로 꾸며졌다. 암울했던 시대를 다루면서도 “전두환의 유들유들함과 비위는 거의 경이에 가까운 것이었다”거나 “작전명 ‘화려한 휴가’는 차마 필설로 다하기 힘든 ‘인간사냥’을 위한 것이었다”는 식의 거침없는 비꼬기와 비분강개형 표현들은 책읽기의 리듬감을 높여준다. 또 조용필이 ‘오빠부대’의 테러를 우려, 기자 7명만 초대한채 춘천의 절에서 결혼했다는 등 동시대인에 관한 에피소드들도 이 책의 미덕이다. 각권 8,800원.
/김재중기자 hermes@kyunghyang.com/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전4권)/강준만·인물과사상사-
방대한 자료와 속도감 있는 문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전분야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토해내고 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 지난해 11월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1970년대편 3권을 출간했던 강교수가 6개월만에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이란 부제를 단 80년대편 4권을 선보였다.
강교수는 전공인 언론과 문화산업을 비롯해 한국사회 제분야를 포괄하는 엄청난 다작으로 유명하지만 하나하나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적’ 저작들이다.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오직 팩스로만 외부와 소통한다는 강교수.
그는 1940년대부터 한국 현대사를 10년단위로 나눠 정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10년에 걸쳐 1만여개의 주제별 파일을 수집했다. ‘경부고속도로 완공’과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을 70년대를 정초(定礎)한 사건으로 규정했던 강교수는 80년대 한국 역사의 핵심적 키워드로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을 택했다. 광주학살로 정권을 장악한 5공정권은 곧바로 프로야구를 출범시키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유치함으로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스포츠 공화국’을 만들었다.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와 경제 제일주의의 이벤트를 통해 광주학살을 역사에서 지우기 위한 ‘음모’가 도사렸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박정희 정권 18년 독재체제가 잉태한 ‘부패의 생활화’에 이미 익숙해진 국민들은 ‘밤의 자유와 프로야구에 취해’, ‘3저호황’이 가져다준 풍요와 ‘중산층’이라는 담론의 안온함에 취해 광주를 잊어갔다면서 ‘국민 비판’을 시도한다. 물론 87년 6월항쟁이 보여주듯 중산층이 독재체제를 무조건 용인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위선과 기만’에 빠져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
강교수는 정통 역사학자들이 역사의 ‘숨을 죽이기 위해’ 잘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는 현대사, 특히 관련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80년대의 역사에 확대경을 들이대는 이유가 “탄압에 지지를 보냈거나 침묵했던, 다수였거나 다수에 근접했던 많은 한국인들의 무뎌진 양심을 환기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저한 외면과 왜곡을 통해 광주를 고립시키고 군사 독재정권을 예찬했던 보수 우파 신문들이 여론을 독점한 채 한국 민주주의와 국민화합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도 그가 현대사 서술에 뛰어든 배경이다.
1년 단위로 묶인 각 장은 ‘K공작’ ‘아웅산 암살폭발사건’ ‘함평·무안 농민대회’ 등 굵직한 사건 위주로 꾸며졌다. 암울했던 시대를 다루면서도 “전두환의 유들유들함과 비위는 거의 경이에 가까운 것이었다”거나 “작전명 ‘화려한 휴가’는 차마 필설로 다하기 힘든 ‘인간사냥’을 위한 것이었다”는 식의 거침없는 비꼬기와 비분강개형 표현들은 책읽기의 리듬감을 높여준다. 또 조용필이 ‘오빠부대’의 테러를 우려, 기자 7명만 초대한채 춘천의 절에서 결혼했다는 등 동시대인에 관한 에피소드들도 이 책의 미덕이다. 각권 8,800원.
/김재중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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