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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35주년 기념공연
'The History'를 보고 (2003/8/30)
조용필.
그를 보았다.
그가 두시간 반동안 쉼없이 목이 터져라
목놓아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내가 볼때는
그는 죽기를 작정한 듯 했다.
노랫말 한마디 한마디가 노래 한소절이 되고
한소절, 한소절을 이루어내기 위해
혼신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저러다가 목청이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비감의 시간들.
무대는 110미터나 되고,
공연의 무대가 올림픽 주경기장이며
모여든 관중이 4만5천여명에 이른다는 규모의 놀라움에 대해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의 노래만 생각이 날 뿐,
그리고 그의 혼신의, 온 몸이 쏟아내는,
하늘은 온 통 장대비를 쏟아냈고
그는 피를 토해내듯 노래를 쏟아냈다.
그리고 장엄했다.
'단발머리''여행을 떠나요' 같은
신나는 노래, 록리듬이 전체 4만여 관중을 춤추게 하고
함께 노래부르게 했지만,
결코 흥에 겨운,
마냥 신이 나는 그런 경쾌한 무대,
흥분의 마당은 아니었다.
하나의 제사였다.
恨을 내려놓고, 恨을 다스리고, 恨을 위무하고 승화시키는
제례의식같은 느낌의 그런 축제였다.
무엇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는가.
조용필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노래 한오백년을 부를때는 이제 그가 지쳐가는구나 했다.
그러나 다시 새노래가 시작되고
처음처럼 목청을 높이는 그 불가사이.
나는 공연 중반쯤 이쯤에서 조용필을 쉬게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공연 마지막,
무대의 불은 꺼지고, 그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관중들은 일제히 '조 용 필'을 연호했다.
나도 따라 조용필을 불렀지만 아, 이렇게 잔인할 수가.
피를 토하듯 하기를 3시간 가까이 한 사람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는 대중의 가학심리.
왜 관중은 그토록 잔인한가.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그가 위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무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잔인함 그것이야말로
'무대의 권위' '제단의 권위'였다.
화려한 무대는 결코 아무나에게 제단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범상치 않는 두려움 앞에서
그는 당당하고 의연하고 아름다웠다.
누가 저 무대를 감당하랴.
무대는 명령한다. 목숨을 내놓기 전에는 오르지 말라.
오직 조용필 그가 무대에 섰다.
35년 세월 담금질로 무장한 열정앞에
4만5천여명의 열광앞에
빗줄기도 마다않는 일사불란함 앞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까만 눈동자들 앞에
무대는 다소곳이, 엄숙히 엎드릴 뿐이었다.
빗속에서 보낸 3시간의 노래 제전.
우리들 恨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 어디 있으랴만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온 저마다의 한을
그토록 넓은,
그토록 공개된,
그토록 아무 거리낌없이 쏟아낼 수 있게 한
조용필과의 만남은 행복했다.
야속하기만 했던 빗줄기는
그를 더욱 격정적이게 했으며,
부족한 무대장치의 아쉬움은
그를 더욱 고독하게 했으며,
속절없이 빛이 되지 못한 수많은 정성들 모두
빛이 되지 못했기에 더욱 그를 값지게 했다.
그는 야생마였으며, 그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감동이 비감이 되고, 비감이 감동이 된 'The History'.
기도하듯 그에게 휴식이 왔다.
뭐라고 할까. 나무랄데 없이 흥겨운 노래판을 뒤로 하면서
빼곡한 인파 사이에서
흥겨움이었는지, 슬픔이었는지,
가슴 한구석이 텅비어 버린 듯도 한 복잡한 심사로
돌아가는 발길이 왠지 무거웠다.
내 입속에는 이런 그의 노래말이 계속 맴돌았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내 청춘의 건배"
* 출처: http://www.peacenet.co.kr/~nasa/
3 댓글
부운영자
2003-10-02 19:38:56
리인
2003-10-02 21:02:11
나랑필님!
2003-10-02 22:14:24
오빠가 이 글을 읽으셨다면, '에이 과찬이시네여^^;"
하셨을 것 같다.
조금은 더 당당하셔도 이젠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는 나랑필님올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