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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에서 서태지까지… 한국 가요의 역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대중가요
선성원 지음|현암사|520쪽|1만8000원
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1969년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로 데뷔한 김추자의 파격은 지금의 이효리를 훨씬 능가했다. 몸에 달라붙는 옷과 야릇한 눈빛, 그리고 독특한 손가락 제스추어는 당시로서는 무척 외설스럽게 해석됐다. 뭔가 생소한 것은 모두 북한에 연관짓던 시절이라, "그녀의 손가락질은 남파간첩에 지령을 내리는 수신호"라는 소문도 돌았다. "거짓말이야"를 계속 반복해 부르는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실제로 거짓말을 밥 먹듯 했던 유신정권 실세들의 심기를 건드려 결국 금지곡이 됐다. 지금 김추자는 그녀를 발굴해 온갖 실험적 음악을 만들었던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을 평가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서양 민요나 찬송가에 가사를 붙여 부르기 시작한 한국 가요의 역사는 이제 1세기쯤을 맞고 있다.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제가 완전 폐지된 것이 1996년의 일이니, 한국 대중음악이 권력이나 외세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자 바로 6·25가 일어났고, 전쟁이 끝나니 권위주의정권이 들어섰다. 우리 대중음악에 왜색과 미군과 새마을운동과 국풍81이 스며든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가요'와 '유행가' '경음악'이란 말 자체가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 낸 단어다.
그러나 일제시대엔 '황성옛터'가 있었고, 6·25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만들어냈다. 박정희 정권의 탄압을 뚫고 한대수·김민기·양병집이 등장했다. 그 틈새에 한국적 록을 우뚝 세운 이가 조용필이다. 한국 포크는 들국화·어떤날·시인과 촌장으로 이어지며 발전했고, 시나위·블랙홀·백두산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한국 메탈을 80년대에 맨손으로 개척했다. 90년대 들어 비로소 서태지·유희열·자우림이 나서면서 우리도 이념과 정치에서 자유로운 음악을 갖게 되었다.
우리 대중음악사는 정치사와 톱니바퀴로 물려 있어 한 권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저자가 욕심을 부린 탓에 이 책은 '하룻밤에 읽는 한국 대중음악사'처럼 돼버렸다. 깊이는 얕지만, 다루는 범위는 방대하다.
☞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3/14/20080314009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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