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열린 게시판

0

DAUM카페[펌]==문정희가 본 조용필 콘서트 그 마력

그림자, 2002-01-06 05:55:59

조회 수
690
추천 수
6
..  온몸을 쥐어짜는 열창…사랑과 눈물에 취해
초겨울 추위는 매캐한 상처 냄새를 풍기며 달겨들었다. 나는 두려웠다. 속 깊이 숨어있는 그리움의 불꽃들을 다시 꺼내어 보고싶지 않았다. 아니, 그 열정의 노래들을 첫사랑처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작은 몸에서 분출하는 힘과 가창력의 비의는 무엇일까. 나는 떠나버린 그리움들을 불같이 일깨우고 싶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조용필의 노래는 단숨에 나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두고 온 시간의 노을 빛 강가로 나를 데려갔다. 그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는 동안 나의 허리에는 어느새 책보가 매어져 있었다. 뮤지컬처럼 극적으로 연출한 무대 위로는 아이들이 뛰놀고 무지개가 떴다. 아이들이 ‘고추잠자리’를 잡으러 다닐 때는 나는 ‘단발머리’였다. 무대 위에서처럼 검정 교복 입고 책가방을 옆구리에 낀 남학생들이 내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의 솟구치는 열창 속에서 나는 애절한 ‘베아트리체’였다.

‘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흰 손…’ 조용필의 노래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섞이어 있었다. 시인을 시대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에 비유한 바 있지만, 그의 노래는 구구절절 사람들의 슬픔과 사랑을 대신 울어주었다. 노래 가사에 따라 갈대밭에서 시골 기차역으로, 차가운 도시의 빌딩 숲에서 빼곡한 자작나무 숲으로 변하는 마술 같은 무대 위에서 마력처럼 뜨거운 힘으로 그렇게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그는 그냥 노래 밖에 모르는 빼어난 가수, 목숨을 건 소리꾼이어서 좋았다. 몸 어디를 건드려도 주르르 노래가 쏟아질 것 같은 철저한 가수, 사랑과 상처를 아름다운 가락으로 피워내는 그는 마법의 소년이요, 동시에 거인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그래서 그렇게 열기와 눈물로 들떴는지도 모른다.

창자를 쥐어짜는 듯한 그의 열창이 이어지는 동안 나의 내면은 가난한 유학 시절 타국의 거리를 홀로 떠돌았다. 숨막히던 80년대, 군인들이 광화문까지 탱크를 밀고 나왔던 시절, 젊은이들이 거리의 구호 속에서 청춘을 소모하던 슬픈 시대였다. 나는 그때 타국에서 두고 온 눈빛들과 상처들을 그리워하며 망명객처럼 홀로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를 속으로 불렀다.

제자리에 놓인 것을 찾기 힘들던 시절. “이건 아니다!” 라고 외치고 싶었던 그 때에 사람들에게 깊고 뭉클한 위로를 주었던 노래들.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의 타계를 슬퍼해서 영국인들은 며칠 전 버킹검궁에 조기를 매달았다. 지금 우리 곁에는 한 시절을 절창으로 달려온 빼어난 가객 하나가 여전한 현존으로 초겨울의 추위를 뜨겁게 녹이고 있다

0 댓글

Board Menu

목록

Page 1208 / 1680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CHO YONGPIL-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대백과사전&악보집 도서 기증

13
필사랑♡김영미 2023-07-10 3509
  공지

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이 책을 드리면서....

12
  • file
꿈의요정 2023-05-18 3620
  공지

[주문신청]가황,조용필을 노래하다-대백과사전/악보집

40
일편단심민들레 2022-12-13 8098
  9446

[re] [사진] 아무도 없는 무대 중에서,,,

박유숙 2002-01-07 663
  9445

[사진] 아무도없는 무대 중에서..

  • file
찍사 2002-01-07 531
  9444

[사진] 예전 대구 팬클럽 회지

1
  • file
찍사 2002-01-07 710
  9443

[사진] 예전 대구 팬클럽 회지

1
  • file
찍사 2002-01-07 479
  9442

조용필님의 일본노래를 올려주시면 좋을텐데..

2
봄비 2002-01-07 699
  9441

▶조용필초기 <마음 속의 그림자> mp3

6
  • file
이호수 2002-01-07 1259
  9440

▶조용필 <나의 길> mp3

  • file
이호수 2002-01-07 1339
  9439

▶조용필Live - 2000년 예술의 전당 <여행을 떠나요> mp3

  • file
이호수 2002-01-06 1373
  9438

▶조용필Live <기다리는 아픔>

  • file
이호수 2002-01-06 1188
  9437

▶조용필Live <Unchained Melody> Mp3

3
  • file
이호수 2002-01-06 827
  9436

DAUM카페[펌]==문정희가 본 조용필 콘서트 그 마력

그림자 2002-01-06 690
  9435

필아저씨사진

5
  • file
손정순(유니콘) 2002-01-06 702
  9434

야마구치님의 "조용필과 나"(작천서 펌글)

8
연아임 2002-01-06 852
  9433

필동민들의 '그리움의 불꽃' 10문 10답 <답변모음>

7
이미경 2002-01-05 937
  9432

KBS 위성tv 방송 다시보기 안되나요?

윙크 2002-01-05 835
  9431

▶조용필 일본베스트앨범 <추억의 미아(한국어)>

  • file
이호수 2002-01-05 861
  9430

조용필 2001 '그리움의 불꽃' 에 관한 10문 10답

이미경 2002-01-05 711
  9429

님을 기다리며...

2
심 정아 2002-01-05 584
  9428

YPC스타의 모노 드라마

4
ypc스타 2002-01-05 608
  9427

YPC103의 작은 자의 기도

9
  • file
ypc스타 2002-01-05 581

공식 미지 트위터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수익금 '음악역 1939' 전달식 (왼쪽부터 조폐공사 류진열 사업 이사, 김성기 가평군수, 음악역 1939 송홍섭 대표) [음악역 1939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판...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가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음악영재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공사는 11일 경기도 가평 뮤질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가운데 2500만원을 가평군과 함께 가평뮤직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