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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9시간의 나들이

석영화, 2001-05-21 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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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추천 수
5
금요일 저녁, 시장가서 흰남방을 사고, 아이들 재워놓고 새벽 3시가

넘도록 꽃가루를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에 마음이 조금 무거웠고,

물집 생긴 손가락이 아주 쬐끔 아팠지만, 그래도 가슴은 방망이질을

해대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3시 30분경, 5살짜리 딸과 3살짜리 쌍둥이 아들을 떼 놓고 초행

에 길눈이 어두운 관계로 조금 빨리 집(인천)에서 출발했다.

6시 10분경, 야외 음악당에 도착.

처음 뵙지만, 위탄의 토마님과 간단히 인사나누고, 조금후에 상준님

(조금은 터프한 인상일거라 생각했는데, 미소년같은 아주 해맑은 인

상이었습니다.)과 미향님(한마디로 아름다우시더군요.)을 만났다.

공연내용과 분위기는 형언할 수가 없다.

다만, 기다리는 아픔을 부르실때, 가사 한구절 한구절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필님을 향한 내 마음을 표현한 듯한, 나를 위해 부르시는 듯한 착각.

지금도 아프다.

앵콜송을 들으면서도, 필님을 보면서도, 난 필님이 보고싶어 지고,

필님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필님을 보지 않을때 보다, 노래를 듣지 않을때 보다 더 많이......

공연장을 빠져 나오면서 내가 언제 필님을 보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벌써 아득해졌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잠시 망각했다.

이게 무서운 거다.

이건 분명 중독이다.

난 분명 필님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리 떠올려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난 필님을 본 적이 없으므로 님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것이

당연하다.

아! 이 공허함. 답답함.

돌아오는 길에 의왕에 사신다는 팬을 만나 얘기를 하면서 금정역까지

동행했다.

그래서, 조금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12시 40분, 집앞에 도착하니 남편이 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자고 있었고......

아! 이것이 내 현실.


난 지금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어쯤, 마음까지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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