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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서울 콘서트 첫날 8000여 관객 열광

오빠 ~ 올림픽 경기장이 떠나갔다

8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영원한 오빠' 조용필을 연호하는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8000여 명의 관객은 그의 열창과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야광봉을 흔들어댔다. 관객들은 공연 초반부터 의자에서 일어나 노래에 몸을 맡겼고, 끊임없이 "오빠, 사랑해요"를 외쳤다. 때로는 강렬한 파도처럼, 때로는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휘몰아치는 그의 열창에 관객은 모두 하나가 됐다.

10일까지 이어지는 '2006 서울 조용필 콘서트-여행을 떠나요'의 첫날 공연은 '노래만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조용필의 평소 철학이 그대로 입증된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올해 전국 17개 도시를 도는 조용필 콘서트 '필 앤 패션(Pil&Passion)'의 하이라이트다.

그는 무대에서 두세 차례의 인사말을 제외하고, 두 시간 동안 30여 곡의 히트곡을 쉬지 않고 열창했다. 첫 노래와 마지막 노래의 울림이 전혀 다르지 않을 정도로 그의 보컬은 오히려 나이와 함께 정상으로 치닫는 듯 했다. 그가 왜 '가왕(歌王)'으로 군림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청소년' 처럼 노래하고 싶어 담배도 끊고, 러닝머신 달리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다.

그의 콘서트는 혼을 담은 열창만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이기에 더욱 빛이 났다. 노래와 연주보다 화려한 이벤트로 승부를 거는 공연이 판치는 세태를 반성하게 했다. '여행을 떠나요'란 타이틀처럼 이날 무대는 중년층 관객을 아련한 옛 시절의 추억으로 인도했다.

예컨대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안겨주던 그 소녀~'로 시작되는 '단발머리'는 수많은 중년 여성을 가슴 설레는 소녀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가게 했다. 공연 내내 '오빠, 사랑해요'를 외치던 40대 여성 관객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저 노래만 들으며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분명 '영원한 오빠'였다. 중장년층의 향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이 젊은 팬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콘서트의 연령별 예매현황(인터파크 분석)을 보면, 20대 예매율(32.7%)이 30대(25.7%)와 40대(29.5%)의 예매율을 능가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경아(28)씨는 " '모나리자' 같은 노래는 젊은 세대가 지금 들어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며 "주위에도 조용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 씨는 "엄마와 딸이 함께 보러 갈 수 있는 공연이 조용필 콘서트"라며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점에서 가수 조용필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용필은 내후년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지칠 줄 모르는 음악적 호기심 때문에 요즘 그룹 'U2'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19집 정규앨범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이번 투어 콘서트의 수익금 일부를 전세계 빈민과 아동을 위한 백신을 개발하는 국제백신연구소(IVI)의 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콘서트는 부산(23~25일), 광주(30일)로 이어진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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