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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를 들려주는 남자

2013.06.11 02:34

꿈의요정 조회 수:12497

신문사 인터파크-공연의모든것 플레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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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歌王)' 조용필(63)의 전성기는 한 해도 거른 적 없이 계속돼 왔으나, 올해의 그것은 특별하다. 콘서트에선 늘 막강 티켓 파워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10년 만에 낸 새 음반으로 대중음악계를 뒤흔들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간 음반을 내놓지 않았다면, 음반 제작에 대한 어느 정도 낯섦과 두려움을 안고 전작의 성공 방정식을 좇을 법한데, 조용필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자생의 길을 모색했다.

새 음반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신인' 그 자체였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 "과거의 영광도, 인기도 모두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신인의 자세에서 출발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의 발로였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10대 초등학생부터 60대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강렬하면서도 원초적인 리듬과 선율에 빠져들었고, 과거를 벗어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그의 젊고 역동적인 자세에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가 오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치는 전국 투어 콘서트 `헬로'는 새로 출발하는 신인 조용필의 모습을 최초로 감상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여느 때 같으면 수백 석 자리가 여유분으로 남아있을 법도 한데, 이번 콘서트는 3일간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 특히 이 공연 좌석에 열을 올리는 세대가 20, 3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이번 공연은 더욱 특별해질 수밖에 없다. 수십년의 격차를 뛰어넘어 젊은 세대와 강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육체적 노화에도 청춘의 숨막히는 열정을 고스란히 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과 무대는 재조명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용필은 올해 전국 투어에 이어 8월 열리는 대형 야외 페스티벌에도 데뷔 45년 만에 처음 출연한다. 어느 해보다 힘차고 역동적인 행보를 보일 그의 음악 세계를 따라가봤다.

/ 글 = 김고금평 문화일보 기자




◆ `콘서트 역사'다시 쓴다
조용필은 2년 만에 다시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예년처럼 정규적인 콘서트의 일환처럼 보이는 이 무대는 그러나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관객의 층이 달라졌다. 최근 2년 전의 무대만 하더라도, 관객의 60% 가량은 50, 60대들이었다. 하지만 13개 도시를 도는 이번 전국 투어는 20, 30대, 심지어 10대 초등학생 관객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비련'(1983년)에서 시작된 `오빠'란 단어가 30년 만에 재등장할 기세다.
이 무대에선 전보다 강화된 역동적이고 화려한 장치들도 대거 마련된다. 2년 전 처음 선보였던 `무빙 라이저'가 객석 1층 끝의 길이인 80m까지 다시 준비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역동성을 재연한다. 영상과 조명에도 신경을 썼다. `아레나 LED'라고 불리는 선명한 조명들이 객석 곳곳에 들어가고 `시리얼 스팟'이라는 이름의 조명도 실내에 들여와 밝고 강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컬러로 된 무빙 헤드에 레이저를 투사한 `레이저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다이나믹한 영상과 서라운드 입체 사운드가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새 음반의 젊고 역동적인 기운과 함께, 데뷔 45주년에 걸맞은 특수 장치들을 대거 도입했다"고 밝혔다.

콘서트 내용면에선 고민과 실험의 생생한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새 음반 수록곡들이 대거 들려질 무대에서 음반처럼 똑같은 사운드를 내기위해 풀어야할 숙제와 고민이 적지 않기 때문. 새 음반엔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 탄생'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라이브 무대에 올려놓을 경우 어떻게 정교하고 세심하게 사운드를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 조용필은 이를 위해 매일 오후부터 새벽까지 사운드 조율에 연습을 아끼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올해 처음 서는 페스티벌 무대도 조용필에겐 실험의 한 축이다. 관객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그의 존재감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 때문. 국내에 페스티벌이 처음 생길때부터 `러브콜'을 받아왔지만, 조용필은 그때마다 자신의 공연 준비에 바쁘다며 고사해왔다. 이번 출연은 10년 만의 새 음반 발표와 이에 따른 높은 호응도에 맞춰 조용필이 고심끝에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월 14∼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도심속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에 15일 헤드라이너로 초청돼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조용필은 이번 무대를 통해 새 음반 수록곡과 기존 히트곡을 1시간30분에서 2시간 가량 부르며 전세대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조용필은 이번 공연의 개런티를 받지 않고 그 돈으로 올림픽공원에서 `헬로 스테이지'를 만들어 능력있는 신인들의 무대를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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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 미친' 젊은 오빠, 조용필
조용필의 새 음반 `헬로'는 이미 20만장의 판매고를 넘어섰다. 1만장만 팔아도 `대박'인 음반 시장 현실에서 그의 판매는 신드롬을 넘어 `신화'의 영역으로까지 평가받는다. 음악 관계자, 평론가, 대중이 모두 극찬하는 이 음반은 단지 젊거나 트렌드적이어서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무엇을 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쉼없이 노력하는 한 노장의 열정과 탐구 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조용필은 이렇게 얘기한다. "제가 이번에 시도한 음악들은 전에 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려고 애를 썼어요. 제가 모자란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도 버릴 수 없었죠. 그래서 과거는 과거대로 남겨두고 현재와 미래의 조용필을 만나는 음악을 만들려고 했어요. 유명 외국 작곡가와도 손잡고, 모르면 배우는 정신으로 작업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새 음반 작업의 방향은 데뷔때부터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들었던 AFKN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시작됐다. 기승전결 구조가 사라지고, 전주·간주가 짧아진 요즘 트렌드 음악을 쉽게 `소화'하기 힘들었지만, 대중음악가로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생각하면 수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그는 직접 외국 트렌드 음악과 비슷한 음악을 만들려고 수차례 노력했으나, 힘들다는 걸 알고 바로 외국 작곡가에게 맡겼다. 그의 이런 열린 정신은 1등만을 고수해온 국내 최고 뮤지션에겐 힘든 결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겐 자존심보다 음악이 더 중요했다. "곡을 녹음하고 다시 들어보는데, 자꾸 사운드가 걸려서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돌며 해답을 구하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안쓰는 기계까지 구입해서 제가 원하는 소리대로 안나오는 걸 잡아보려고도 했죠. 그렇게 우리 힘으로 안되면 양해를 구하고 배우려고 했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몇 번씩 갈아엎으면서 결국 원하는 소리를 얻긴 얻었어요. 그래도 아직 온전히 만족하지는 않아요."

굴곡이 심한 대중음악계에서 조용필은 어쩌면 `모범 답안'일 수 있다. 음악을 어떻게 해야하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하는지를 그가 소리없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한 단 한가지는 그가 음악과 떨어져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제 삶의 존재 이유는 음악이에요. 늘 음악과 함께 살아왔던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 끊임없이 자극과 충격을 받는 것이지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제가 자극받고 충격받으면 결국 음악을 깊이, 열정을 다해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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