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스타 26명 인터뷰' 펴낸 평론가 임진모

조용필 "절대강자만이 오래 기억된다"송창식 "음악의 그릇에 전부 녹여내라"

“가수의 기본은 가창력이라는 사실이죠.
  따라서 먼저 라이브공연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고요.(중략)
  팬들은 언젠가는 떠나게 되어있어요.
  그 팬들과 오래 함께 가려면 ‘절대 강자’라야 된다는 말입니다.”
  (조용필 인터뷰 중)

대중음악의 ‘절대 강자’인 조용필에게서 이런 말을 끌어낸 이는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45)씨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거인 26명과의 인터뷰가 실린
‘우리 대중음악의 큰 별들’(민미디어)을 내며
“치열하게 자기 세계를 구축한 뮤지션들의 입을 빌려,
‘상술의 시대’를 겪고 있는 대중음악계에 ‘힌트’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423쪽의 두툼한 책 속에 수십년 음악을 해온 이들과 중년 평론가의 농도 짙은 대화가 듬뿍 담겼다.
때로 사생활을 얘기하며 찰랑대던 어조는 음악적 신념을 토로할 때 풍랑처럼 압도한다.

“거장들에 대한 사료(史料)조차 그들 입으로 직접 들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 대중음악의 현실입니다.
  대중음악사를 써나간다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임씨는 2002년 여름부터 최근까지 조용필을 비롯, 신중현 송창식 패티김 한대수에서 윤도현까지,
대중음악에 뜬 ‘큰 별’들을 두루 만났다. 가수가 아닌 이는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유일하다.

송창식은 ‘저항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민기가 등장했을 때 ‘와, 큰 별이 떴구나!’ 했습니다.
  브람스 수준의 천재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가 나중에 저항적으로 변화했을 때 안타까웠습니다.
  음악가는 (중략) 모든 것을 음악이란 그릇에 용해시켜야 합니다.”

심수봉 "10.26 루머 만든이 벌받아야"
신중현 "곡이 맘에 안들어 웅크리고"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불리는 한대수는 밥 딜런에 대해
“유태인이라는 점을 감춘, 말리부에 사는 부동산 부자”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동료 가수들로부터 “음악을 너무 들어서 곧 미칠 것”이란 말을 들었던 전영록,
‘꺼벙한 캐릭터’에 대해 “찰리 채플린, 우디 앨런, 서영춘에게 카리스마가 있다”고 한 김창완,
“여성 팬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풍년이었죠”라고 답하는 이승철….
스타들의 이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10·26 때 병풍 뒤에서 노래했다는 소문을 두고 심수봉이 “그런 못된 루머를 만든 사람은 벌 받아야 한다”며
발끈하는 대목에선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맘에 꼭 드는 곡을 내지 못해 여기 이렇게 쪼그리고 있다”고 하는 신중현의 말은 독주(毒酒)처럼 쓰리다.
임씨는 “김민기·전인권·서태지 세 명을 인터뷰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며
“앞으로도 계속 인터뷰 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