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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도 공연 앞두면 밤잠 설쳐요”



지난 주말 가왕(歌王) 조용필(54)을 만나러 예술의전당 연습실을 찾았다.

첫눈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성긴 눈발이 내리는 걸 보면서 문득

‘그 겨울의 찻집’이 듣고 싶어졌다.

소원은 즉각 이뤄졌다.

다음달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시작하는 콘서트 ‘지울 수 없는 꿈’의 총연습실.

조용필이 눈앞에서 바로 그 노래를 불렀다. 요즘말로 ‘감동 먹었다’.


#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그래도 물었다.

“어쩌겠어. 노래할 힘이 없을 때까지 노래하는 거지 뭐.”

그래서인가.

적어도 수천번을 불렀을 노래를 연습실에서 또 부른다.

한 소절도 놓치지 않고 열창을 한다.

하여,

연습실에서의 조용필을 보면 기가 질린다.

사운드 하나하나, 무용수들의 세밀한 동작까지 고치고 또 고친다.

‘뮤지컬 콘서트’를 표방하는 공연의 스토리보드부터 시작하여

무대장치와 조명은 물론 식구들 밥까지 챙긴다.

조용필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된 MBC ‘영웅시대’ 주제가 ‘빛’의 작사를 맡은 윤명선씨를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벌써 8번을 뜯어 고쳤는데 오케이 사인이 안났다”면서

“정확하게 문제점을 집어내는데 안고칠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4년째 조용필 ‘아저씨’ 공연 때마다 듀엣으로 노래해온 김유정양(월곡중 1)이

음을 어찌 잡아야 하는지 또박또박 묻는다.

10년째 한솥밥을 먹는 밴드 ‘위대한 탄생’ 식구들도 연습을 실전같이 하는 데 익숙하다.

올해로 6년째.

처음 4회로 시작하여 올핸 12회로 늘었다.

“연말이 되면 예술의전당 직원들은 표를 사게 해달라는 민원 때문에 도망다니는 게 일이라고.

벌써부터 한 회만 연장해달라는데 쉽진 않을 거야.” 기자가 대꾸했다.

“표가 안 팔려서 울상인 가수들도 많아요”라고.

#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연습을 끝내고 어둑해진 거리를 달려 방배동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 안에서 그는 말했다.

“노래도 골프랑 똑같아. 계속 연습을 해야 돼.

이제 80%는 잡혔어.

가끔 슬라이스도 나고 훅도 나는데 공연날이 되면 스트레이트 샷이 나올 거야.”


오후 5시면 일하는 아줌마가 퇴근한다고 했다.

가왕의 집이 이렇게 쓸쓸해서야 어디….

본인이 직접 술과 안주를 챙겨왔다.

넌지시 재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사람 앞일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결코 그런 일 없을 거야. 결코.”

그랬다.

사랑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내년 1월이면 ‘바람 속으로 걸어간’ 아내 고(故) 안진현씨의 2주기.

술을 마시면서 지난해 폭우 속에서 치른 35주년 공연실황을 담은 DVD를 보다가

인간 조용필의 눈물까지 봤다.

아내를 추모하면서 만든 노래 ‘진이’가 흘러나올 때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러다가 이내

“비 때문에 헬기가 공연장 위를 날고 폭죽 수천발이 터지는 피날레를 연출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무대에 대한 저 끝없는 욕심이 ‘조용필표 콘서트’에 중독된 환자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올해 공연 때도 일본에서 500여명의 아줌마 환자들이 날아온다 했다.

‘욘사마’ 이전에 ‘조사마’가 있었다.

#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 편안하게 사는 걸 고려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에이, 아직은 아니지. 걷기 힘들 때가 되면 몰라도.”

그는 벌써 40주년 기념공연의 무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또 사람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었다.

“나는 2년 뒤의 조용필,

5년 뒤의 조용필을 머릿속에 그려보곤 해.

욕심인지 모르지만 한 20년은 뭔가 더 할 수 있을 거야.”

아내 2주기를 치른 뒤에 그는 뉴욕으로 날아갈 생각이다.

틈날 때마다 자신의 스태프를 전부 데리고 뉴욕으로 가는 이유는 뮤지컬을 향한 짝사랑 때문이다.

매일 수십명의 스태프들에게 뮤지컬을 보게 하고 늦은 밤에 호텔방에 모여 토론을 벌인다.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밤 늦도록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누비기를 수년째.

그 경비만 해도 수억원은 족히 넘을 거라면서 ‘웰 메이드’

조용필표 뮤지컬을 연출하는 것이 이 도시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올해 그는 총 35회의 공연을 가졌다.

“공연이 끝난 다음날부터 안절부절을 못해. 저녁 무렵이면

‘지금쯤 대기실에 앉아 있어야 할 시간인데 내가 왜 여기 있지?’

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근데 아직도 공연을 앞두면 밤잠을 못이루니 참 이상하지.”

참 재미없는 사내다.

회상해보니 조용필과 만나 노래와 공연 얘기가 아닌 다른 얘기를 나눈 기억이 거의 없다.

여자 얘기도 있고,

돈 버는 얘기도 있고,

썰렁유머도 있는데 그의 얘기는 오늘도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났다.

산정에 올라가 노래하다가 목이 쉰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

그가 다음달 3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포효한다.

공연문의 1588-7890

〈글 오광수 공연문화부장 oks@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0411281701331&code=9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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