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열린 게시판

4

[한현우의 팝 컬처] 조용필은 어떻게 조용필이 되었나

무정(當_當), 2013-05-23 18:14:55

조회 수
1329
추천 수
0

[한현우의 팝 컬처] 조용필은 어떻게 조용필이 되었나

만날 때마다 오로지 음악 이야기뿐 '이제 됐어' 없이 고치고 또 고치고…
새 음반 보컬 녹음에만 45일 걸려… 60세 넘겨 잃어버린 20대 되찾는 듯
동료 뮤지션, '매 순간 목숨거는 사람' 그가 살아온 방식 한번쯤 곱씹어보길

 

조용필을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11월이었다. 그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둔 인터뷰 자리였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른 가수 정도였다. 그 시절 '나의 조용필'은 레드 제플린과 핑크 플로이드였으며, 산울림과 어떤 날이었다.

한 음식점에서 오후 7시에 시작한 인터뷰는 그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8시간의 인터뷰 동안 가장 놀랐던 것은 그가 오로지 음악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간 다른 뮤지션들과도 수없이 만났지만, 음악이 주된 화제이긴 해도 오직 음악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조용필은 달랐다. 그의 머릿속에는 음악 한 가지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조용필을 존경하게 됐으며 그의 음반을 모두 구해 듣기 시작했다.

↑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더 놀라운 것은, 그 뒤로 11년째 그를 만나오고 있으나 음악 이야기만 하는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좌중에 골프 치는 이가 있으면 가끔 골프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줄기차게 음악, 음악, 음악이었다. 이번 음반을 발표한 뒤로는 음악 이야기 중에 '사운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지루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번 앨범에서 보컬은 코러스까지 나 혼자 다 하겠다고 생각했어. 색깔을 분명히 하고 싶었거든. 다른 사람이 코러스를 하면 음색이 달라서 몇 번만 더빙을 해도 코러스가 멜로디를 치고 나오게 돼. 화음이 멜로디 앞에 나오는 건 부하 직원이 상관을 때리는 거라고. 잘 들어보면 코러스가 아주 굵은 걸 알 수 있어. 코러스만 50채널이 되는 부분도 있거든."

이런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들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코러스가 50채널'이라는 것은, 조용필 50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이 조용필 노래에 화음을 넣는 셈이라는 뜻이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없을지도 모른다. 한대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팝송 녹음하는 데 하루면 되지, 뭘 그렇게 뜸을 들여?"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용필은 이번 음반을 그렇게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 그래서 보컬 녹음에만 45일이 걸린 것이다.

조용필과 20년째 활동하고 있는 '위대한 탄생'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됐어라고 말하는 법이 없어요.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다가 시간에 쫓겨서 발표하는 게 조용필의 음반이고 공연이에요. 공연 막이 올라가는데 곡목을 바꾼 적도 있습니다. 천하의 비틀스도 30곡 넘게 히트곡으로만 공연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조용필은 30곡을 불러도 '왜 ○○○은 안 부르지?' 하는 관객이 나와요.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조용필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미국 뮤지션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조용필보다 6개월 일찍 태어난 스프링스틴은 1960년대 말 음악을 시작해 73년에 첫 앨범을 내놓았고 작년에 17번째 음반을 발표했다. 그는 오바마의 강력한 후원자로 변신하면서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 즉 미국판 '강남 좌파'의 상징이 됐다. 한때 '가장 섹시한 엉덩이를 가진 남자'로 뽑혔던 그는 최근 갑자기 폭삭 늙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미상을 20번이나 받았고 앨범을 1억2000만장이나 팔아치운 그는 여전히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도 조용필처럼 전 세대의 환호를 받지는 못한다.

조용필 5집부터 9집까지 함께 활동한 베이시스트 송홍섭은 조용필을 "매 순간 목숨 거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단 한 번도 관성적으로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최희선은 "그래서 함께 음악하기 힘든 사람이기도 하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마라톤 공연을 하던 2000년대 초, 조용필은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연습을 했다. 최희선은 "조용필이 한 연주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나머지 연주자들은 졸고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60세를 훌쩍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조용필은 어쩌면 '잃어버린 20대'를 지금 되찾으려는 건지도 모른다. 18세 때 가출해 '앳킨스'라는 밴드 멤버로 데뷔한 조용필은 가수의 황금기인 20대 절반을 본의 아니게 허송해버렸다. '창밖의 여자'가 실린 그의 데뷔작은 1980년에야 나왔다. 서른 살을 넘기고 나서야 '오빠' 소리를 듣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조용필을 '가왕(歌王)'이나 '국민가수'라고 수식하는 게 뭔가 미진하다는 느낌도 든다. 조용필의 첫 회사인 '필 기획' 초대 대표이사였던 서울기획 이태현 사장은 "이제 그를 '가수'라고 불러선 안 될 것 같다. 그는 무엇인가 그 이상이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어떻게 현재의 조용필이 되었는가. 음악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 그가 살아온 방식을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한현우 대중문화부 차장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30523031405050

4 댓글

무정(當_當)

2013-05-23 19:41:28

위에 일러스트.. 정말 맘에 드네요.

크게 뽑아서 벽에다 붙여놓고 싶어요. 아니면 액자로 만들든지..

원본을 구할 수 없으려나? 메일을 보내봐야겠다. 

弼心으로 대동단결

2013-05-23 20:50:29

18집 무렵에 한번 나왔던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업그레이드한거같네요.

꿈이좋아

2013-05-24 05:14:58

정말 기분 좋습니다...^^

하얀모래

2013-05-24 09:58:34

오빠 노래에 코러스는 오빠가 딱이라는거 이제 아신건가?

80년대에도 방송국 합창단들이 코러스 넣는답시고 마구 목소리가 튀어 나오는데

정말 귀에 거슬리고 오빠 보이스하고 안 맞았다.

들을 때 가서 확~! 이야기 해 주고 싶을 정도로.

콘서트 하실 때도 코러스가 있는 듯 없는 듯해야지

오빠 목소리에 오빠가 코러스 넣는게 제일 맞다.

 

Board Menu

목록

Page 151 / 1677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CHO YONGPIL-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대백과사전&악보집 도서 기증

13
필사랑♡김영미 2023-07-10 1594
  공지

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이 책을 드리면서....

12
  • file
꿈의요정 2023-05-18 1693
  공지

조용필 『ROAD TO 20 PRELUDE 2』 뮤직비디오

10
일편단심민들레 2023-04-26 1694
  공지

[주문신청]가황,조용필을 노래하다-대백과사전/악보집

40
일편단심민들레 2022-12-13 6191
  30535

이번 공연에서 미지 부스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드리는 선물 공개 2탄

26
  • file
홈관리자 2013-05-23 1715
  30534

형님은 점쟁이신가요 ㅎㄷㄷㄷ

9
弼心으로 대동단결 2013-05-23 1414
  30533

오프닝곡

11
꿈의요정 2013-05-23 1274
  30532

[헤럴드경제 기사] 록커 조용필이 낯설다? 90년대 초반 앨범을 주목하라

9
무정(當_當) 2013-05-23 1267
  30531

[헤럴드경제 인터뷰] 조용필 “나는 여전히 음악에 목마른 록커”

2
무정(當_當) 2013-05-23 1000
  30530

[한현우의 팝 컬처] 조용필은 어떻게 조용필이 되었나

4
무정(當_當) 2013-05-23 1329
  30529

[잡담] 제가 요즘 열중하는 일.

9
  • file
무정(當_當) 2013-05-23 1140
  30528

왜냐면>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화합하는 계기로 삼아야

2
pil~green 2013-05-23 720
  30527

[인터뷰] 조용필 “내 음악의 핵심은 팝…트로트 곡은 다시 나오기 힘들 것”

6
  • file
무정(當_當) 2013-05-23 1129
  30526

올림픽 체초경기장 내부 사진.

3
하얀모래 2013-05-23 1249
  30525

[펌글] 나는 조용필의 20대 팬이다 -가왕에게 바치는 새파란 팬의 헌사-

5
무정(當_當) 2013-05-23 1162
  30524

관리자님 안되는구만..

14
  • file
하얀모래 2013-05-23 968
  30523

자신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조용필의 노래

3
pil~green 2013-05-23 848
  30522

궁금해요 조용필님 선그라스는 몇개?

7
  • file
필짱™ 2013-05-23 977
  30521

[강명석칼럼] 조용필이 만들어낸 세상 단 하나의 경험

1
pil~green 2013-05-23 999
  30520

칼럼> 조용필의 복귀가 IT 에 던지는 메시지

1
pil~green 2013-05-23 703
  30519

서울공연 단관티켓배부 및 현장판매에 대한 안내

5
꿈의요정 2013-05-23 1061
  30518

이번 공연에서 미지 부스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드리는 선물 공개 1탄

32
  • file
홈관리자 2013-05-22 1681
  30517

서울공연vip고객초대콘서트

14
국화꽃향기 2013-05-22 2852
  30516

[동영상] 130521 (엠넷 밴드의 시대) 피아 "헬로 ♥"

12
마이헤븐 2013-05-22 1472

공식 미지 트위터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수익금 '음악역 1939' 전달식 (왼쪽부터 조폐공사 류진열 사업 이사, 김성기 가평군수, 음악역 1939 송홍섭 대표) [음악역 1939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판...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가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음악영재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공사는 11일 경기도 가평 뮤질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가운데 2500만원을 가평군과 함께 가평뮤직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