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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감히 짹짹' 중에서, 용필형님 부분

박상준, 2000-09-02 22:37:33

조회 수
1044
추천 수
22


이건 완전히 판권 무시라, 용필 형님에게 좋은 글을 써 준 최윤희씨께 미안하네요. 일단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여기 올리는 거니깐, 이왕이면 책의 나머지 글들도 읽게 책을 구입하세요.

어디서 감히 짹짹
최윤희
여성 신문사
7,500원

==

한국 최고의 뮤지션 조용필

이 세상 어떤 사다리로도 닿을 수 없는

조용필표 고독

==


라디오에서 당신의 노래가 들리면 내 머릿속엔 의문부호 '?'가 생겨납니다.

내가 정말 조용필을 만났던 것일까?

"윤희 씨한테 반했어요, 윤희 씨한테 반했어!"

라고 말한 사람이 정말 조용필일가?


5년쯤 되었나요?

L잡지사의 요청으로 나는 당신을 인터뷰하러 갔습니다.

물론 섭외는 잡지사측에서 했고 나는 약속장소로 나갔지요.

조금 일찍 갔는데 매니저가 먼저 왔더군요.

그리고 당신에 관한 약간의 멘트를 해주었습니다.

조용필 씨는 말하는 것을 워낙 싫어한다. 사진 찍는 것도 극도로 꺼려한다.

그래서 인터뷰도 웬만해서는 잘 안하는데 특별예외로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약간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삐딱하게 되물었죠.

"그렇다면 괜히 왔네요? 인터뷰는 '말' 이 주요 재료인데

말하기를 극도로 싫어한다면 어떻게 인터뷰가 성립되겠어요?"

아무죄도 없는 매니저에게 울퉁불퉁 말을 쏟아놓고

나는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돌아가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데 어찌합니까?

조금 후에 당신이 나타나더군요.

TV에서 보던 그 모습그대로 웃을까 말까, 약간의 미소를 띤 채였습니다.

매니저의 사전정보 주입에 나는 이미 2분의 1로 쫄아든 상태였지만

당신의 미소를 보고 금세 마음이 풀렸습니다.

글쎄, 나라는 사람은 언제나 그렇다니까요.

줏대없이 좌로 쏠리고 우로도 쏠리고. 철 함량부족이 그 원인입니다.

'나때문에 혹시 포항제철이 생겨서 철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아닐까?

워낙 많이 공급해야하니까 .'

라고 생각할정도로 나는 자칭 타칭 철딱서니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대를 빗나가

당신은 나에게 완전 문호개방을 했습니다.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아 파격적인 선언까지 했습니다.

"윤희 씨한테 반했어요, 윤희 씨한테 반했어."

곁에 있던 매니저, 사진기자도 아마 의외였겠지만

당사자인 내가 더 의외였습니다.

화려한 무대생활이 삶의 주류일 당신,

국민가수 조용필이 나한테 반하다니?

얼굴에 찍어바르기를 했나? 입은 옷이 패션이기를 하나?

그것도 젊음은 이미 저 너머 태평양에 떠나보낸 나에게 반했다니?

나는 이른바 현란한 컬러 시대에 흑백 모노톤 같은 사람인데!

그러나 당신은 결코 농담 같은 건 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타고난 성품이 매사에 지극히 진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고민을 혼자다 책임지고 사는 듯 당신은

아무리 사소한 일에도 자기 전부를 '투하'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조용필, 당신의 생명력이기도 하구요.

인터뷰할 때마다 특이한 질문으로 인터뷰이들을 당황케 하는 나의

독특한 인터뷰 방식에도 당신은 매우 즐거워하며 충실히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약속된 2시간이 되자 매니저가 그만 일어나자고 하더군요.

공식적인 인터뷰도 물론 끝났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매니저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자리 옮겨서 윤희씨랑 술 마시고 나중에 갈 테니까."

나는 집이 저 머나먼 경기도 일산이라 강남에서 갈 일 생각하면

아득했습니다. 술 몇 잔 못하는 나는 타고나기를 워낙 정숙(?)하게

타고난 사람이라 술자리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고마운 마음도 솟아났지요.

아무튼 당신과 나, 사진기자 세 사람은 별실 방으로 옮겨 술을 마셨습니다.

당신은 술을 나는 당신의 인생을 마셨습니다.

그만큼 당신은 '술술'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이제가지 어느 누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다는 소년 조용필의 이야기에서

청년 조용필의 첫사랑, 그리고‥‥

나는 깔깔거리며 웃다가

"어머나, 슬퍼! 어쩜 그럴 수가!"

하면서 당신의 이야기에 솔솔 빨려 들어갔습니다.

당신은 술을 꽤 많이 마셨다고 기억됩니다.

술이 무척 세더군요.

이야기 사이사이 당신은 "윤희 씨한테 반했어, 윤희 씨한테 반했어"

라는 말도 자주 반복했습니다.

사진기자를 향해서는 "넌 맘에 안들어! 너 자꾸사진 찍지 마!"

야단치듯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나는 내 옆에 앉아 있던 사진기자가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시고 있어서

화를 참지 못하고 뛰쳐 나가버릴가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때 당신의 '차별대우'는 조금 심했으니까요.

나는 그에게 '참아! 참아!' 신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날 내가 본 당신은 세상구경에 낯선 사람 같았습니다.

그만큼 원형이 잘 보존된 사람이기도 했구요.

깊고도 깊은 성(城) 안에 살면서 성문 꼭꼭 닫아걸고

좀처럼 바깥 외출을 하지 않는 성주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당신과 헤어질 때 시계를 보니 11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무려 7시간 동안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은 셈입니다.

당신은 매니저의 증언과는 달리 이야기를 무척 잘했습니다.

웃기기도 잘했고 웃기도 잘했습니다.

그날 당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조용필의 굳게 닫힌 입을 열게 하나?

어떻게 해야 그 두꺼운 가슴 문을 노크하나?

잔뜩 쫄아 있던 겁쟁이, 소심쟁이 나에게 당신은 어찌된 셈인지

탁 트인 가슴판을 마음껏 보여주었습니다.

그날 당신은 무턱 신이 나 보였습니다.

다음날 오후 1시 30분경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을 하고 있는데

낯선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난 본래 '치'자들어가는 것은 다 하고 삽니다.

기계치, 음치, 요치(요리 못함), 골치(골프 못함), 청치(목소리 분간 못함)

게다가 눈치 코치 염치 3형제까지 거느리고 사는 대가족 족장입니다.

그러니 내가 당신 목소리를 알아들을 리 없지요.

"저, 조용필입니다"라고 해서야 나는 조금 놀랐습니다.

"어머, 웬일이세요?"

"어제 잘 들어가셨나요?"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고 간뒤 당신은 그 특유의 진지함으로

내게 부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부탁이라뇨?"

나는 당연히 반문했습니다.

당신이 조심스럽게 말하더군요.

"어제, 제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물론 믿고 이야기한 것이지만 잡지에 공개되면

조금 쑥스러운 내용들이 있어서 ‥, ‥, ‥만은 좀 빼달라고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내가 글을 못 써서 실망은 드리겠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을 써서 실망드리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도 내 말에 허허 웃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믿었으니가 아내한테 하지 못한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것이 공개된다고 생각하면 좀‥."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평소엔 제가 거의 인격 없이 살지만

이번 기회에 마음먹고 인격 한번 만들어볼게요. 아셨죠?"

사실 당신이 쓰지 않았으면 하고 부탁했던 내용들도 별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당신은 순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은 거죠.

그래서 지금도 라디오에서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

나는 흡사 미로를 걷듯 아득해집니다.

과연 내가 조용필을 만났을까?

그 조용필은 노래를 부르는 저 조용필과 동일인물일까?

동굴처럼 깊이 폐쇄된 깊이에서 길어올려지는 당신의 노래는

그래서 사람들의 심금을 흔들어 깨우는 것입니다.

'꿈'이라는 노래를 특히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작곡은 대개 석양녘,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영감이 떠올라

작업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꿈'은 비행기 안에서 작곡했다지요.

나는 당신의 노래를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킬리만자로의 표범' 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쩌면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당신의 이미지와 딱 맞습니다.

먹이가 가득한 정글을 뒤로 하고

킬리만자로, 그 높은 설원(雪原)을 향해 올라간 표범.

그 표범은 무엇을 찾아 그렇게 높은 곳까지 가야 했을가?

세속의 먹이 주워담기에 온통 정신이 팔린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은 한 마리 고독한 표범처럼 고고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권력, 재산, 명성이 아니라

아득히 저 먼 곳에 있는 이상(理想), 꿈 같은 것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19세에 데뷔한 당신은 방문 닫아걸고 피를 토해 가면서 혼자 고독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신의 치열함, 혹독함은 순도 100%입니다.

데뷔 30년을 훌쩍 넘긴 당신은

요즘도 우리 가요계를 이끌어가는 최강의 '뮤지션' 입니다.

가수, 작곡가, 뮤지션, 스타, 엔터테이너, 아티스트, 국민가수라는

많은 호칭 중에서도 뮤지션이라고 불러주기를 원하던 당신.

당신은 우리의 한과 정을 잠재우듯 달래줍니다.

그리고 애(哀)와 애(愛)를 새롭게 느끼게 해줍니다.

똑같은 노래도 당신의 심장을 통해 토해져 나오면

그것은 이미 노래가 아닙니다.

인생의 호흡입니다.

우리가 깊이 들이마시고 휴우, 내쉬어야 할 심호흡.

H맥주가 150m지하에서 퍼낸 생수로 만든다면

당신의 노래는 지하 몇 미터쯤에서 길어올린 생수일까요?

당신의 영혼은 흔히 조각조각 갖다 맞추는 퍼즐 게임이 아닙니다.

완벽한 고독의 그림.

'원 샷 원 캇'의 어둠입니다.

그래서 깊이를 측량할수 없는 울림이 토해져 나오는 것.

독일 철학자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 어떤 사다리로도 닿을수 없는 영혼.

그 영혼은 강하다."


대한민국 '고독특별시'가 있다면

나는 당신을 시장으로 추대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진정한 이미지입니다.

완전 문호개방을 했던 당신의 기억도 나에겐 소중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원조 조용필을 잠시 이탈한 것.

당신은 매니저 말대로,

말하기를 극도로 싫어하고 사진 찍기도 기피하는 사람.

고독한 조용필이어야 합니다.

당신은 다원화되기보다는 일원화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더 조용필답습니다.

당신을 훼손하지 말고 보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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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또 한가지 있다 ^^

박상준 2000-09-05 900
  839

크크크.. 넘 웃긴 한국 언론, 방송, 가요계

박상준 2000-09-05 891
  838

20년 동안 용필 오빠의 팬입니다

박유리 2000-09-04 754
  837

위대한 조용필 아저씨

김진숙 2000-09-03 764
  836

아! 그랬었구나!

연아임 2000-09-03 976
  835

상준님..죄송..무단에 무단을..^^

홍제미나 2000-09-03 840
  834

예술위전당공연확정(?)

박준희 2000-09-03 834
  833

Re: 예술위전당공연확정(?) - 확인했습니다

홍제미나 2000-09-03 847
  832

'어디서 감히 짹짹' 중에서, 용필형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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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2000-09-02 1044
  831

상처 악보신청

1
임필주 2000-09-02 2774
  830

신보 '어디서 감히 짹짹'이란 책에 형님 얘기가...

박상준 2000-09-02 1008
  829

조용필 아저씨 자켓 사진 중 젤 멋있는거~ ^^*

박태호 2000-09-02 1111
  828

Re: 조용필 아저씨 자켓 사진 중 젤 멋있는거~ ^^*

정동민 2000-09-02 868
  827

열열히 기다리고 있어요..그 사진^^

푸름누리 2000-09-02 884
  826

너무 늦은 후기지만 ^^ 사진은 나중에...

박상준 2000-09-02 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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