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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홍보 콘서트 여는 '조용필'
“노래 하나로 살아온 쉰 두살 ‘국민가수’”
국민 가수 조용필이 월드컵을 맞아 큰 행사를 준비했다. 5월 한 달 동안 전국 투어를 통해 월드컵 붐을 조성하는 것. ‘비상’이라는 콘서트 타이틀처럼 새로운 그의 음악이 날개를 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난무하는 말 중 하나가 ‘국민가수’다. 하지만 정말 그 칭호가 어울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쉰 두살의 조용필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민가수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가수 중 한 명일 것이다. 월드컵 개막 50일 앞두고 만난 가수 조용필씨는 ‘국민가수’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편안한 모습이었다. 월드컵을 맞아 전국 투어와 전야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서는 뮤지션으로서의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월드컵 홍보대사가 됐다. 그 계기와 홍보대사로서 하는 일은?
지난 해 10월에 월드컵 조직위원회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월드컵 한 달 전부터 우리나라 월드컵 개최도시 중 서울, 대구, 부산, 광주에서 콘서트를 하고 전야제 때 공연을 펼친다.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월드컵이니 만큼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응했다.
전국 투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4개 도시에서 5일 동안 진행된다. 서울 공연은 5월 4일과 5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있을 예정이다. 운동장 전체를 꽃으로 꾸밀 생각이다. 이 외에도 새롭고 획기적인 볼거리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말하면 안 된다. 비밀이다.(웃음)
공연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다면?
원래, 앨범보다는 공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틈나는 대로 좋은 공연이 있으면 많이 보러 다닌다. 미국에 가면 뮤지컬 공연 무대를 꼭 둘러본다. 새로운 무대를 많이 보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응용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난 성격 상 이것저것 다 참견해야 한다.(웃음) 이번 공연의 무대 연출은 지금 거의 다 끝났다. 이번에도 중간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대가 있을 것이다.
월드컵 전야제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클래식 파트와 일본, 중국 등 5개국 팝 가수 파트로 나뉘어 있다. 난 5개국 가수들 중 마지막에 출연해 공연을 하고, 전야제 맨 마지막에 2002명의 합창단과 함께 ‘꿈의 아리랑’을 성악가 조수미씨와 부를 예정이다.
‘꿈의 아리랑’은 어떤 곡인가?
올림픽 때 ‘서울 서울 서울’처럼 공식가요는 아니지만, 월드컵 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조직위원회에서 ‘아리랑’을 모티브로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3번 정도 거절했었다. 워낙에 유명한 곡이기 때문에 부담이 많았고, 작업을 하면서도 매우 어려웠다. ‘아리랑’이 우리 국민의 한의 정서가 담긴 슬픈 곡이라면, 21세기를 맞아 만든 ‘꿈의 아리랑’에는 꿈과 희망을 담고 싶었다. 오케스트레이션 등으로 희망찬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월드컵 행사 이후의 활동 계획은?
추석 전에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7월부터 한국과 미국, 헝가리 등지에서 녹음을 시작한다. 6~7개 도시에서 가을 투어를 가질 예정이고, 겨울에는 매년 했던 것처럼 예술의전당에서 실내공연을 갖는다.
새 앨범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면?
2년 전부터 준비한 앨범이다. 앨범 안의 음악은 어떤 하나의 장르라고 규정지을 수 없을 것 같다. 보통 음악을 만들 때, 생활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잘 저장해두었다가 마지막에 정리 단계에서 음악을 어떻게 만들지 결정한다. 다른 좋은 음악들을 많이 들으면서 아직도 열심히 공부 중이다.
해외 활동 계획은?
일본과 미국, 중국에서는 북경과 상해에서 공연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외국 공연은 되도록 자제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만 충실히 하자, 라는 게 지금 생각이다.
여가 시간이 생기면 뭘 하나?
골프같은 운동도 가끔 하는데,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해서 그런지 여유가 생겨도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면 금방 목이 상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목을 많이 써줘야 목소리가 잘 나온다. 평소에도 연습을 많이 하고, 노래방에 가기도 한다.(웃음)
노래방도 간다니 놀랍다.
주위 친한 사람들, 선배들, 가족과 함께 동네에 있는 노래방에 가끔 간다. 가면 ‘봉선화’ ‘떠나가는 배’ 같은 예전 곡을 부른다.
요즘 가요계에 대한 생각은?
요즘 음악들도 많이 듣는데, 좋은 곡들이 많다. 젊은 가수들이 대부분이라 경험은 별로 없겠지만,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가수들을 보고 놀란 적이 많다. 문제는 이런 잘 하는 가수들이 계속 실력을 쌓으려면 라이브 공연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코딩과 무대 공연은 확실히 다르다.
음악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거창하게 철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겠는가.(웃음) 다만, 음악 하는 사람은 다른 생각 안 하고 한 가지만, 음악만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하다가 맘처럼 안 될 땐 한계를 느끼겠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음악의 재미를 알게 된다.
그는 지금도 용돈을 타서 쓴다며 웃었다.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줄 수 있는 부담감을 없애주며 시종 편안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었다. 원래 천성적으로 몸이 건강해서 특별히 건강에 신경 쓰는 것이 없이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열정으로 지금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옆에 있던 ‘아줌마 오빠부대’를 챙긴다. 노래만 잘한다고, 인기가 많다고 국민가수가 아니다. 이야기 가운데 배어 나오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야말로 진정으로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가수’가 갖춰야 할 모습이 아닐까.
박은경 기자 gorgeoustar@mk.co.kr / 사진·백태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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