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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스밈] 조용필, 팻 메시니 그리고 이효리[한겨레]

작은거인(서울), 2010-06-10 07: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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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스밈] 조용필, 팻 메시니 그리고 이효리
한겨레 서정민 기자기자블로그
» 서정민 기자
가왕’ 조용필이 우리 대중음악사에 새 역사를 썼다. 지난달 28~29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벌인 두 차례 공연에서 10만 관객을 모으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수치보다도 중요한 건 무대의 혁신이었다. 폭 20m의 무대가 6m 높이까지 떠오르며 그라운드 위 객석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국내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무빙 스테이지’다. 레일을 따라 80m를 전진하는 도중 무대는 아래 위층으로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지는 등 트랜스포머처럼 변신을 거듭했다.

조용필은 공연 전 인터뷰에서 “나는 매년 같은 노래로 공연하는 사람이니 또다른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줘야 다음 공연에도 또 새로운 뭔가를 기대하며 올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늘 외국 유명 음악인의 공연 실황을 보며 새로운 무대 연출을 연구한다고 했다.

재즈 기타의 거장 팻 메시니도 세계 음악사에 새 역사를 썼다. 사람 손길 없이 기계 움직임으로만 연주되는 악기 ‘오케스트리온’과의 기상천외한 협연을 이뤄낸 것이다. 2~5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피아노·베이스·드럼·오르간·비브라폰·퍼커션·마림바·유리병 휘슬 등 30여 가지 악기들은 스스로 울었다. 팻 메시니는 그 한가운데서 기타를 연주하며 기계와 한몸이 됐다.

팻 메시니는 진보하는 음악인으로 유명하다. 기타 신시사이저, 3개의 목과 42줄이 달린 ‘피카소 기타’를 개발해 연주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전설로 여기는 재즈 음악인은 모두 그 시대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했던 선구자들이었다”며 “나 역시 새로운 시도를 늘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리 4집 음반에 실린 다섯 곡이 최근 무더기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작곡가는 데모 음원이 유출돼 도용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곡을 부른 외국 가수들은 자신의 곡이 표절당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효리는 활동을 중단한 채 침묵하고 있다. 그는 음반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누구나 하는 건 하지 말자는 자세로 음반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결코 기성 트렌드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이번 사태는 방증한다.

요즘 주류 가요들은 만듦새가 매끈하다. 하지만 어디서 들어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곡이 히트하면 비슷한 곡들이 쏟아진다. 제작자가 작곡가에게 “외국의 누구누구 스타일로 곡을 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그래야 잘 팔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장은 좀 팔릴지 몰라도 그런 음악은 1회용 소비재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대중음악도 엄연한 예술이며 남보다 앞선 새로운 성취에 진정한 감동이 뒤따른다는 진리를 두 거장은 몸소 증명했다. 이젠 후배들이 보고 배울 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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