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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나를 달래주던 조용필 음악


내가 조용필을 처음 만난 것은 고3 자율학습 마치고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이었다.
라디오에서 '창 밖의 여자'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학력고사는 다가오지 공부는 하기 싫지,
대학 안 가면 인간취급도 못 받을 것 같은 세상이 서러운 와중에,
그 노래를 듣고 갑자기 울컥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스무 살 즈음으로 접어드니 실연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생겼다.
첫사랑과 결혼하는 인간 있으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던 그 시절,
친구 하나가 조용필의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청춘은 끝이 났다" 하는 비장한 노래를 불렀다.
나 역시 비장하게 머리 숙여 그녀의 청춘을 애달파 했다.
대학에서 선배들과 공부하고 돌 던지고 할 때는 민중가요,
개인사로 가슴이 아릴 때는 조용필, 김수희, 심수봉을 불렀던 시절이었다.

30대 중반, 단란주점과 노래방이 들어서면서 술만 마시면 2차는 당연하게 노래가 됐다.
노래 못하고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친한 동료들의 레퍼토리는 줄줄 꿸 정도였다.
나중엔 조용필 대 나훈아 노래만 부른 적도 있었는데 밤새 불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나훈아는 그렇게 흥청거리던 지하 단란주점에서 만난 셈이다.
나훈아의 '사랑'이었던가? 그 노래는 특히 남자가 부르면 듣는 여자가 착각하게 만드는 노래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그 노랫말 덕분이다.

나훈아와 조용필은 이처럼 나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이들의 노래가 없었다면 실연의 상처는 누가 달래줬을 것이며,
사랑하는 여인 앉혀놓고 작업 걸 수 있는 노래는 누가 부를 수 있었겠나.
그 조용필 음악인생 40주년 기념공연이 이번 주말에 열린다고 한다.
그의 음악에 찬사를!

김정희·고고오디오 대표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20/20080520017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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