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가수 40년 조용필 잠실서 포효  

꼬마부터 할머니까지 5만여 관객
70억원 투입 무대 화려한 레이저쇼


광활한 초원을 호령하던 표범은 세월이 흘러 늙고 힘이 빠진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면서 암컷까지 잃은 후에는 벼랑 끝에서 추락한다. 웅크린 채 죽음을 기다리던 표범은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한다. 킬리만자로에 기어오르다 떨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선다.

세상을 향해 다시 포효하는 표범이 바로 '영원한 오빠' 조용필 씨(58). 그는 화려했지만 고독한 인생을 음악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대표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비유한 입체(3D) 애니메이션으로 데뷔 40주년 무대 'The History -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열었다.

24일 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이 콘서트에는 관객 5만여 명이 몰려와 '조용필의 위력'을 새삼 일깨워줬다. 부모 손에 끌려온 꼬마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세대가 골고루 참석하며 '세대공감'을 이뤄냈다.

70억원이 투입된 거대한 무대 세트와 환상적인 조명 속에서 조씨가 나타나 히트곡 '꿈'과 '단발머리' 등을 부르자 잠실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중장년 여성 팬들은 그 옛날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가 "오빠"를 외쳐댔다.

이제는 늙어버린 '오빠'지만 조씨는 그 열기에 보답하기 위해 노래마다 완전히 색다른 무대로 관객을 흥분시켰다. 무대 양쪽에 위치한 40ｍ 높이의 조명 기둥은 화려한 빛을 내뿜고 3개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곡에 어울리는 영상물이 상영됐다.

공연의 절정은 '서울 서울 서울'을 부를 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져 관객을 '조용필이 만든 꿈의 세계'로 이끌었다.

조씨는 콘서트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밤 추억과 현실이 교차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잠시 과거로 돌아가 옛일을 떠올리며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한 약속을 지켰다.

공연 마지막에 그는 직접 쓴 영상 편지를 띄워 40년간 자신을 지켜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편지를 통해 "저는 바람이고 구름이었습니다. 그윽한 세상을 열고 싶었습니다. 저의 노래가 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다면 저는 행복합니다"고 밝혔다.

그는 "40년이란 긴 세월은 나에게 모험의 연속이었다"며 "실패와 성공도 있었고, 개인적 사랑과 행복, 슬픔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지켜준 힘은 바로 팬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조씨는 '허공' '미지의 세계' '여행을 떠나요' 등 40곡을 부르며 150분간 무대를 혼자 채웠다. 40년간 부른 자신의 히트곡으로 두 시간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가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앞으로 더 발전돼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언제까지 노래를 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바로 끝내겠다"고 밝혔다.

'조용필 40주년 콘서트'는 31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등을 비롯해 전국 20여 곳에서 7개월간 열릴 예정이다.

(02)541-7110

[전지현 기자]

출처:http://news.mk.co.kr/newsRead.php?sc=50500012&cm=%EB%AC%B8%ED%99%94%C2%B7%EB%A0%88%EC%A0%B8&year=2008&no=334388&selFlag=&relatedcode=&wonNo=&sID=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