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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필ㆍ양희은 공연리뷰] 열정ㆍ감동…하나된 무대  


                  조용필 힘ㆍ원숙미 가득 관객들 열광
                
                  양희은 절제ㆍ따뜻한 목소리에 전율

관록의 뮤지션들이 엮은 무대는 이미 다져진 음악적 역량을 시험하는 단계라기보다

음악적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는 하나의 `신제품`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그만큼 이들의 공연엔 새로운 시도들이 연거푸 쏟아졌고,

관객은 기대 이상의 감동을 느끼며 탄성과 눈물을 자아냈다.

한국 대중음악 라이브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실현되는 것일까.

노래 잘하는 이 50대 뮤지션들은 창조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연출의 미학이 돋보이는 색다른 구성으로 `듣는 것`에만 익숙한 관객의 습관을 일거에 뒤집어 놓았다.

특히 10대 초등학생부터 70대 중반 노인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이들의 흡인력은 `브랜드 공연`의 원숙한 자태를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의 공연은 모두 2시간 남짓 이어졌다.

노래와 `말장난`을 반씩 섞어가며 3시간 정도 지루하게 이어지는

여느 공연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2시간 공연에는 밤새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나온 신선한 연출기법과 다양한 사운드의 미학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그래서 더 즐거웠고, 그래서 더 신선했다.

조용필은 지난 1, 2일 공연에서 초로의 원숙미가 돋보이는 무대의 힘을 보여줬다.

그는 이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 매년 5월 이맘 때쯤

`필앤필(Pill&Feel)`이란 제목의 `브랜드 공연`을 6년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양희은의 `언제나 봄날` 콘서트(1544-0737)는

절제와 여백의 미를 통한 담백한 연출이 관객의 눈시울을 어떻게 붉히게 하는지 여실히 증명하는 무대였다.

◆열정과 역동이 어우러진 조용필 이날(2일) 공연은 한마디로 힘이 넘쳤다.

1층에 마련된 5개의 부스 안에서 각 연주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강력한 사운드를 펼쳤고,

2층에 모습을 드러낸 `작은 거인`은 첫곡 `도시의 오페라`를 부른 뒤

1층 무대로 내려와 본격적인 역동의 무대를 이어나갔다.

선곡도 `단발머리` `모나리자` `고추잠자리` 등

주로 빠른 리듬의 곡으로 준비해 50대의 녹록지 않은 힘과 열정을 과시했다.

5곡을 연달아 부른 뒤 관객에게 "고맙습니다"로 첫인사를 건넨 조용필은

"저는 직업이 노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 자체가 힘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며

"무대가 조금 더운 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노래할 수 있는 에너지는 철철 넘친다"고 웃어 보였다.

멘트를 거의 하지 않고 음악만으로 이뤄진 공연은 좌우 중앙의 커다란

대형 스크린의 밀도 있는 화면 구성과 보컬 컬러에 맞춰 강약과 리듬을 자유자재로 소화한

`위대한 탄생`의 찰떡궁합 같은 연주,

조용필의 오차 없는 필(feel)이 3위 일체를 이루며 관객의 혼을 흔들어 놓았다.

힘 있는 무대에 20, 30대 젊은 관객뿐 아니라 70대 노인들도 야광봉을 흔들며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조용필은 이번 공연에서 핑크 플로이드와 러버 보이의 곡들을 재해석해 부르기도 했다.

다만, 그 많은 색다른 시도들 가운데 `브랜드 공연`이라는 기획 상품에 걸맞게

눈에 띄는 무대연출이 부족했던 점,

시간이 갈수록 사운드의 출력이 점점 높아져 밸런스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절제와 따뜻함, 그 깊이 있는 목소리의 미학이 담긴 양희은

"`월현목신`이란 사자성어 배워서 벽에 딱 걸어 놓으면 남편이 멋있다며 무슨 뜻인지 물어볼 거예요.

그러면 `월요일엔 현대백화점, 목요일엔 신세계백화점에 간다는 뜻이에요`라고 말해보세요."

"하나 더 얘기할까요. 핸드폰 없는 사람은 5급 장애고, 애인 없는 사람은 6급 장애인데,

6급 장애 해결한 아내가 남편한테 걸려 1급 장애가 됐대요."

관객이 폭소를 터뜨린다.

그 동안 막혔던 아내들과 남편들의 대화통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따뜻한 가족애`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얘기들이 때론 실타래처럼 얽힌 부부간의 닫혀진 대화창을 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5일 콘서트장에선 동생 희경, 언니 희은을 대신해 희은의 젊은 날을 연대기로 풀어헤치며

누구나 겪었을 법한 경험의 밑자락을 차근차근 걷어올렸다.

어릴 때 별명이 `여자 구봉서`였다고 관객 앞에서 망신 주던(?) 동생이 사라지자

희은이 `내 어린날의 학교`와 `백구`를 부른다.

그리고 또다시 나타난 희경. 70년대 명동의 유명 업소에서 노래 부르던 언니가

무대의상이 없어 청바지만 입었던 사연,

그리고 그 빨래를 `인간 세탁기`인 자신이 했다며 투덜대던 모습 뒤엔

언니의 노랫가락이 절제와 소박의 음색으로 이내 엉켜 붙는다.

노래와 대사를 주고받는 언니와 동생의 유기적 대응은 무관심한 가족간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기도 하고,

인생의 험로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정의이기도 했다.

자궁수술을 받은 언니의 얘기가 클라이막스로 치달을 때 관객은 애틋함을 토해내듯 눈물을 쏟아냈다.

맑지만 높지 않은 두 자매의 목소리가 깊게 무대 전체로 퍼져 나갈 때마다

따뜻함의 깊이 또한 관객의 마음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절제로 감싼 희은의 노래는 천재 기타리스트 김의철의 속 깊은 연주력과 맞물리면서

감동을 넘어 전율에 이르게 했다.

드라마 같은 형식의 새로운 연출기법이 절제의 목소리를 타고 따뜻함의 향기로

막을 내리는 동안 마르지 않는 관객의 눈물만큼이나 감동의 여운 역시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고금평 기자(daniel@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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