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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 그녀도‘창밖의 여자’였다
위인전속의 고결한 여인.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3중장애인. 그러나 그녀는 한사람의 가슴을 울리며 그의 손에 이끌려도 피행각을 벌이게 할 정도로 사랑에 과감했고, 그 추억을 ‘검은파도에 싸인 작지만 기쁨이 넘쳐나는 섬’으로 표현할 만큼 여자로서의 정열을 간직하고 있었다.
신화로 포장된 헬렌 켈러의 삶이 깨지는 순간 하지만 한 인간으로, 여성으로 가감없이 진실로 가까이 오는 이면의 기쁨이 있다.
지난 62년 제작된 영화 ‘기적을 일으킨 사람’(The Miracle Worker)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린 헬렌 켈러(패티 듀크 분)가 펌프에서 쏟아지는 물을 만지며 “무-무-”라고 소리치고, 옆에 선 가정교사 애니 설리번(앤 밴크로프트 분)이 ‘물(water)’이란 단어를 헬렌의 손바닥에 써주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볼 수도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던 삼중 장애인 헬렌이 난폭하고 자기중심적인 어둠의 세계에서 탈출해 드디어 빛의 세계, 이성의 세계로 나오는 순간이었으니.
그러나 미국 전기작가 도로시 허먼이 쓴 ‘헬렌 켈러-A Life’(이수영 옮김·미다스북스)에서 이런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만을 찾는다면 곤란하다. 허먼은 4년간 헬렌의 고향 앨라배마와 애니 설리번의 모교 퍼킨스 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취재한 끝에 헬렌과 설리번을 ‘신화’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천재이자 성녀로만 알려져온 헬렌은 그 뒤편에 숨겨진 다양한 면모를 이 책에서 고백한다. 그는 기적을 일으킨 장애인이었지만 동시에 뛰어난 작가이자 연사(演士)였고 무대와 스크린에도 등장할 만큼 다재다능했다.
사회주의에 심취한 진보운동의 전사임을 매카시즘의 한가운데에서 숨기지 않은 점은 가장 놀랍다. 헬렌은 이 시대에 가장 위대한 사람 세명으로 레닌과 에디슨, 채플린을 꼽고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쓸모보다 목숨이 길다”고 대답한다. 매카시 광풍의 희생자 신세를 면한 것은 오직 장애인이기 때문이었다.
세계인들은 헬렌을 위인전 속의 고결한 삶에 가둬두려 했지만 그도 사랑과 결혼을 바랐던 평범한 여자였다. 헬렌은 자기 분신과도 같은 설리번 선생까지 버리고 비서였던 피터 페이건과 함께 도피를 꿈꿀 만큼 사랑에 과감했다. 후에 그는 이렇게 술회한다. “그 짧은 사랑은 내 삶에서, 검은 파도에 둘러싸인 작지만 기쁨이 넘쳐나는 섬으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과 욕망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사랑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형편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고귀한 희생과 헌신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애니 설리번 역시 겹겹이 싸인 다층적 내면세계의 소유자였음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가 헬렌의 가정교사로 온 것은 높은 사명감 때문이라기보다는 25달러의 월급에 끌려서였다. 탁월한 지성과 끈기가 그를 ‘위대한 교사’로 만들었다면, 어둡고 변덕스러운 심리상태는 존 메이시와의 결혼생활을 불행으로 이끌고 만다.
헬렌과 애니의 50년에 걸친 관계 역시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복잡 미묘하다.
두사람이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고 의지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애니의 헌신 속에 명예욕이 섞여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고, 애니는 헬렌에게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자 비밀 많은 여자였다.
두사람 관계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도 베일에 가려 있는 셈이다.
애니와 헬렌이 나눈 사랑에 대해 저자가 내리는 정의는 조금 냉정하다.
“제약이 있는 세상에 갇혀 남의 손길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헬렌은 애니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줄 수 있었다.
애니가 오래 전에 알았듯이, 헬렌은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두사람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고.
헬렌 켈러처럼 삼척동자들도 아는 인물의 평전을 새삼스레 읽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깨지는 아픔’ 나아가 ‘깨지는 기쁨’을 누리기 위한 것일 게다.
깨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고정관념이고 선입견이다.
움직이지 않는 인식의 틀은 부서져야 하고 부서진 인식의 틀은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메워져야 한다. ‘헬렌 켈러-A Life’는 그런 의미에서 읽을 값어치가 있다.
/김민아기자 makim@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1년 07월 06일 21:07:06
말꼬랑쥐~~
대전/충남]천안에 "하숙생" 노래비 제막 광고
동아일보
가수 최희준씨가 부른 ‘인생은 나그네길’로 시작되는 ‘하숙생’노래비가 충남 천안시 삼용동 천안삼거리공원에 세워져 7일 제막된다.하숙생은 천안시 입장면 출신인 고 김석야(金石野·2000년 사망)씨가 천안삼거리를 배경으로 지은 노래로 천안문화원이 700여만원을 들여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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