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시간말고는 음악만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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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필의 기념 콘서트 가 이달 말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딛고 다시 무대 위에 올라선 그의 35년 음악 인생을 서른다섯 가지 질문과 응답을 통해 알아 보았다.
왜 이렇게 큰 무대로 기념 콘서트를 여는가?
난 무대 욕심이 많은 편이다. 35주년 기념 무대이다 보니 규모가 제법 커졌다. 야외 무대는 무대 장치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공간을 음악으로 알차게 채워내고 싶다.
이번 35주년 기념 공연이 밴드 활동을 위해 가출했던 시점으로부터 35주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가출할 때 각오는 뭐였나?
각오? 그런 것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음악 하고 나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음악을 계속하게 되었다.
무명 밴드 시절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고생이라니? 금시초문이다. 고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었으면 고생이었겠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굶다가 맞고 쫓겨나도 즐거웠다.
오래된 팬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누구 한 명을 꼽을 수는 없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서로 오랜 시간을 봐 왔기 때문에 만나면 편안하다. 늘 한결같은 그들이 고맙다.
팬들이 방송국 수위들에게 맞는 것을 보고 강하게 항의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하도 심하게 다뤄서 여러 번 항의했다. ‘애들인데 뭘 알겠나. 좋아서 그런 것인데 이해해 달라. 당신도 자식이 있지 않나.’ 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공로상’을 싫어한다고 들었다. 왜인가?
나는 아직 현역이다.
본격적으로 음악 얘기를 해보자. 가장 애착이 가는 음반은 무엇인가? 평론가나 팬들은 주로 1,3,4,7,10,13,14집을 좋은 음반으로 꼽고 있다.
대강 비슷하다. 10집은 빼고 12집을 넣어 달라. 특히 13집과 14집을 좋아한다. 그런데 일반 대중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가수들은 막 히트할 때보다 인기가 떨어진 뒤에 만든 음반에 더 신경을 쓰는 법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어느 곡인가? <자존심> <나의 노래> <꿈> <킬리만자로의 표범> 정도라고 들었다.
<자존심>은 아니다. 나머지는 맞다. 만족하게 표현해내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의 일면을 드러낸 노래들이다. <그 겨울의 찻집>은 가사가 가장 맘에 드는 곡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덕분에 탄자니아 정부 초청으로 킬리만자로에 직접 가보았다고 들었다. 그런 곡을 다시 써볼 생각은 없나?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아프리카 ‘잠보’ 리듬으로 노래를 하나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잘 다듬어지지 않아 미뤘다. 언젠가는 한 곡 만들 예정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인가?
이 노래 때문에 유명해졌는데 왜 싫어하겠나?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부러 안 부른 적은 있다.
평소 무슨 음악을 주로 듣는가?
세계의 민요를 수집해서 듣는 편이다. 좋은 노래가 많다. 많이 소개하고 싶다. 좋은 노래가 있어도 모른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런 노래를 발굴해서 들려주는 것은 음악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어떤 장르의 가수라고 생각하는가? 자작곡은 록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작곡한 곡 중에서는 빠른 곡이 느린 곡보다 나은 편이다. 어렸을 때 빠른 록 음악을 주로 들어서인 것 같다. 느린 곡은 만드는 데 힘이 든다. 그렇다고 나를 록 가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노래는 내 나름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곡들이다. 조용필의 음악은 그냥 조용필의 음악일 뿐이다.
자신의 음악에 만족하는가?
글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나에 대한 평가가 너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나는 나를 알아서 하는 말인데, 칭찬의 도가 지나쳤다.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인가?
항상 한계를 느낀다. ‘아, 여기까지가 내 한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정말 괴롭다. 음악은 끝이 없는 일이다. 악기만 가지고 얘기해 본다면, 피아노를 프로처럼 치고 싶다. 현악을 배우지 못한 것도 한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놓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어떻게 조화시켰나?
지구레코드에 속했던 시절, 2년에 한 번은 내 음악을 싣고 그 중간에 내는 음반은 레코드사에 맡겼다. 내키지 않았지만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레코드사가 맡았던 음반은 다소 음악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한창 인기가 있을 때 그때그때 유행에 맞춰 불렀던 노래만으로 평가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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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필사랑♡영미
2003-08-06 22:02:06
새벽이슬
2003-08-07 00:19:22
역시 필님은 나의 우상에 손색(?)이 없군요..헤헤..
Duck
2003-08-07 02:21:06
질문 - 립싱크 가수에 대한 생각은? 이수만씨는 립싱크도 하나의 장르라고 하던데….
필님 - (쓴웃음을 지으며) 거기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애들 들으라는 음악 아닌가. <---- 밑줄 쫙~~! 그리고 한번 웃고..^^ 애들 들으라는 음악아닌가, 쿠헤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