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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에서 풀어낸 아나로그의 감성....

doobop, 2006-01-17 1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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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소한과 대한 중간지점이라 정점을 향해 치다를 추위에 대비했던 긴장의 끈은 얼었던 대지를 촉촉하게 녹여주는 봄비같은 겨울비의 감성에  힘없이 풀리고 만다. 겨울비가 반가운것은 폭설에 심한 몸살이를 한 혹독한 12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남쪽의 봄을 가장 먼저 품는 도시이자 서해안 고속도로 출발점에 바라본 산과들의 볕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는 12월 생채기는 한달이라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아픔과 절망을 안은 이들의 상처도 그렇게 희미해지면 좋으련만.....

미지 워크샵 행사장은 금산사 근처이므로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나들목에서 나와 호남고속도로 정읍나들목으로 향하는 것이 정석인데 이번에는 봄비같은 서정때문일까 국도보다는 한적한 지방도를 타고 보슬비 내리는 꾸불꾸불한 시골의 정서를 느껴보고 싶었다.

835번 지방도로는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채 금방이라도 얼룩배기 황소가 거친 숨소리로 논을 갈 것같은 모습으로 내곁을 스치고 짧은 겨울해를 뒤로하고 서둘러 저녁짓기 위한 어머니의 분주한 손놀림과 지붕위 굴뚝으로 금방 하얀연기가 솟아 오를것 같은 풍경들은 기억 저편의  유년시절의 더듬게 한다.

내장산 나들목으로 자동차를 삼킨 고속도로가  목적지에서 멀지 않은 모악산 나들목에서 내뱉자 끊어질줄 모르는 상념조각들을 주워 삼키고 행사장이 가까워 질수록 미지식구들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옴을 느낀다. 행사참석 시간 마지노선인 오후 6시를 5분 남겨두고 도착한 숙소에는 20여명의 미지가족들이 자주 나타나지도 않은 두밥을 반갑게 맞아 준다.

방 한가운데 기합이 잔뜩든채 도열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서로의 낯을 몇번 보여주었던 반가운 얼굴과 서로의 낯을 꼭꼭 감추었던 새로운 얼굴까지 낯설음이 익음으로 바뀌는것은 그리 많은 시간을 요하진 않는다.

필성님과 그의 음악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넓지 않는 국토의 몇평의 공간속에서 성장하며 나의 느낌과 공감하는 그 누군가를 그려보았던 시절도 참 많았었던것 같은데.....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힘은 그러한 감성들을 너무도 쉽게 한곳으로 집결시켜버린다. 하지만 필가족들은 모두가 그러하듯이 차가운 디지털 신호를 이정표삼아 만났지만  레코드플레이어 위에서 춤을 추며 바늘과 맞닿은 곳에서 넉넉한 울림을 전해주었던 검은 레코드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

시간은 우리에게 30년, 40년 이상을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흔적들을 신체곳곳에 새겨놨지만 강력한 조용필 항체로 무장한 감성은 10대의 순수열정 원형질로 고스란히 남아 모진풍파를 헤쳐오는 힘이었고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였다.

짧지않은 시간을 가슴에 묻어왔던 그 항체를 서로의 가슴에서 발견하고 일깨우고 확인하는 과정은 저녁6시에 대면한 얼굴들이 새벽4시가 되어도 초롱초롱 (필짱만 빼고...^^) 빛났고 누군가 내일을 위해...... 라고 말할 때 까지 지속되었다.

30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지켜온 열정을 어떻게 풀어내 다른 차원으로 승화 시킬것인지를 확인하고 또 실천방향을 잡아 보는 것이 워크샵의 목적이었다면 이번 모악산 모임은 작은 실천과 결합된다면 향후 미지의 방향에 적지 않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것이다.

이번 모임을 위해 아니 미지를 위해 항상 많은 애를 써 주고 있는 필짱을 비롯한 운영진과 손님을 맞기위해 많은 준비를 하신 새벽이슬님, 넓지 않은 땅위에 흩어져 살면서 짧지 않은 시간을 한달음에 달려와주신 미지 가족 여러분 모두들 반가웠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주신 찍사님께는 개인적인 고마움을 표합니다.
올 한해도 더 완벽한 찍사가 되길 기원합니다.

12 댓글

하얀모래

2006-01-17 10:31:13

늦은 시간인데.. 긴 글을 남겨주셨네요.
일 마치고 피곤도 할텐데 말입니다. ^^*

글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놀라웠네요.
필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남자팬들의 끈기있는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필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안개와 같은 사이버를 통해서의
만남인지라..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단지
필을 좋아한다는 그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순간순간 가슴 한 구석에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건
바로 이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이 아침 안개와 같을까
괜실히 걱정이 되기도 할 때 허무함이 함께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글치만..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까지는 늘 미지를 통해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겠지요?
좀 더 오래 이어지기만을 희망할 뿐입니다. ^^*


올 해는 아름다운 가게가 더욱 번창하길 바라면서...

부운영자

2006-01-17 11:00:10

일단..졸려서뤼.. 자고나서 낼 봐여~~

무정

2006-01-17 11:05:10

미지식구들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옴을 느낀다. <----필짱~! 방귀좀 고만 껴..;;


두밥, 목포 지나가는 일 있거들랑 그냥 지나치는 일은 없을꺼야^^ 연락할께.

정 비비안나

2006-01-17 17:44:19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을 뵙게되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팬클럽운영자

2006-01-17 18:03:12

두밥님 반가웠어요..
참 차분하시더군요. ㅎㅎㅎ 전 좀 흥분을 잘해서. ㅋㅋㅋ
그렇게 냉정하고 침착한 분들 보면 존경스럽더군요..

좋은 말씀 많이 고마웠습니다. 자주좀 뵙죠? ㅋㅋ

무정.. 터뜨려 버릴것임.. ㅡㅡ;
남에게 더러운걸 뒤집어 씌우다니..^^

부운영자

2006-01-17 18:08:57

정말 정말 바쁘신 두밥님이 일부러 시간 내서
워크샵까지 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음
아,게 1주년 축하드립니다
나누어 주신 팜플렛에 목포 하당점 오픈하고
얼마되지 않아 '팬클럽미지의세계와 아름다운행사'를
크지는 않지만 소박하게 진행 했던 기억이 스쳐 가더군요
비바람 몰아치는 그해 겨울은 마음만은 따뜻했다눈..

올 2006년은 아름다운가게와 미지의세계의 체계적인 연대를
생각만이 아닌 실천으로 옮기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찍사

2006-01-17 18:25:27

두밥님께 드린 물건은 언젠가는 드리고 싶었던 물건(?) 이었습니다.

전에 제가 약속을 못지킨 저의 마음(?) 이라고 생각 하십시요

그리고 워크샵에서의 두밥님의 진지하신 모습에 많이 감동했었습니다. ^^

아~ 올해 언젠가는 모르겠지만 목포 한번 가도록 하겠습니다. ^^

만나뵈어서 방가웠습니다.

꿈의요정

2006-01-17 18:42:35

말씀하실때 만큼이나 글에서도 성품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조용조용...조근조근...^^
"아름다운가게" 올해도 번창하길 바랍니다.
반가웠습니다...

필사랑♡영미

2006-01-17 19:33:23

올 만에 워크샵에서 두밥님 만나니 너무 반갑더라구요.
뮤지컬에 대한 얘기, 음악에 대한 얘기 자주 들었으면 좋겠어요.^^*
해박한 지식만큼이나, 글에서도 두밥님의 성품이 묻어나네요.

작년 한해도 무진장 많은 일들을 하셨던데..
2006년 올 한 해도 ‘아름다운가게‘ 가 더 번창하길 바라며...

속성으로 키운 아들(?)과 함께 나타나는 거 보고 영화 ‘ 파쏭쏭 계란탁’ 이
생각이 나서 한참 웃었는데... <---아름다운가게의 가장 어린 활동천사(조카),
아들 아니니 다들 오해 없으시길...^^

朴鐘泰

2006-01-18 08:07:37

회사에 갑작스런 일이 생겨서
워크샵에 참석을 못했는데
못가서 아쉬웠습니다
이번 워크샵
정말 의미있고 재미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doobop형님 후기는 DJ경험이 많아서 그러신지
글이 넘 멋지네요. 예술입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것 같습니다.
소주도 안먹었는데!
캬!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잘 보았습니다.

흔적

2006-01-18 21:45:26

참 좋은 글 이네요 ^^ 마음이 따스해 집니다

짹짹이

2006-01-19 06:53:22

개인적으로 두밥님 하면... 저에게 째즈를 떠올리게 하는 분이시지요.
째즈의 음악과 그리고 그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다정다감한
두밥님이 이렇게 글도 멋지게 쓰시다니... 마치 단편소설 한편을 본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학창시절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두 과목을 유난히 좋아라
했던 저로서는 두밥님의 글은 왠지 더 읽고 또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
글쓴이와 한번쯤 쇠준한잔 하고프게 만들어 버리네요.
물론 두밥님과 미지5주년때 제대로 쇠주한잔 하면서 밤새 회원들과 함께
긴 얘기들을 나누었지만 이번 워크샵을 함께 하지 못한 저로서는 두밥님
의 글이 마치 현장 속에 함께 한듯한 느낌을 주네요.
두밥님의 필성님을 향한 그 사랑 그리고 미지를 향한 사랑 늘 좋네요.
두밥님만의 향기가 나는 글들 많이 올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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