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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필의 20대 팬이다.
[Hello 조용필] 가왕에게 바치는 새파란 팬의 헌사
13.05.22 20:12
최종 업데이트 13.05.22 20:13
▲ 조용필 19집 <Hello> 겉표지. | |
ⓒ Univers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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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19집은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난 그의 마약 같은 음악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19집 앨범이 나오기 전 평소 '조용필'이라는 이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없었다. 딱히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옛날 가수라고 생각했으니까. 단지 부모님과 텔레비전을 통해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 몇몇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온전치가 않아서 대체로 후렴 한 두 마디 정도 아는 게 다였다.
그런 조용필이 10년 만에 낸 새 앨범 수록곡 중 선 공개된 'BOUNCE'를 통해 새삼 주목을 받았고, 나 역시 그 흐름에 자유롭지 못했다. 평소 좋은 노래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듣는 나의 습성은 이번에도 여전히 발휘되어서, 호기심에 가득 차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나는, 뻑.갔.다.
깔끔하면서도 경쾌한 피아노와 일렉 기타 사운드의 조화는 올해 열아홉 번째 앨범을 낸, 모든 후배 가수들이 우러르는 '가왕'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신선했다. 이럴 수가. 난 묵직한 음악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환갑을 넘긴 가수의 노래는 놀랍게도 세련미와 낭만 모두를 품에 안은 채 10년의 공백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노래 덕분에 내 머릿속 '조용필'이라는 이름 석 자는 순식간에 현재진행형의 고유명사로 바뀌었고, 이어서 공개된 앨범 수록곡들은 이미 마음의 문이 반쯤 열린 나에게 쐐기를 박았다. 아이돌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멋있고 재미있는 뮤직비디오라니! 저 Maroon 5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라니! 충격적인 그의 19집 덕분에 나는 더 이상의 지체 없이 그 분의 팬을 자처하고 있었다.
명색이 팬이 된 이상 이전의 곡들, 라이브 영상들을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덕분에 다른 가수의 노래를 듣지 않은 지 꽤나 오래 되었다. 가왕의 방대한 음악세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다른 가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한 마디로 좋은 노래가 지나치게 많다는 거다. 노래 자체가 가지는 힘이 당시의 열악한 녹음 상태를 가뿐히 극복하고 여전한 생명력으로 번뜩거리고 있었다.
이미 오랜 세월 그의 팬을 자처한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세월을 함께 했겠으나, 왕초짜 팬인 내게는 (정규 앨범만 따져서) 200여 곡이 쓰나미처럼 갑자기 밀려든 셈이다. 이 노래가 좀 물린다 싶으면 또 다른 노래가 꽂히고, 또 새로운 명곡이 발견되고….게다가 라이브 영상은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가히 '숲이 아니라 늪'이다, 이건. 이런 분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나의 상태가 이러하니 최근 나와 엄마의 대화 주제는 당연히 '조용필'이다. 조용필의 노래를 하나 둘 함께 들으면서 함께 노래 부르고, 가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왕님 덕분에 효녀 등극까지.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 가왕님의 노래를 하나하나 열심히 듣겠다는 의지(?) 표현. 정규 앨범의 수록곡들 가사를 하나하나 필사하고 있는 중이다. | |
ⓒ 이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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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고독한 20대 팬의 불타는 영혼은 Bounce Bounce 거리고 있다. 이제 친구들은 나의 입만 열면 발휘되는 조용필 사랑(혹은 전도)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혀를 내두르는 친구들 중에서도 19집에 대한 평가에는 다들 이견이 없다는 것. 이미 나보다 먼저 앨범을 구매한 이들도 꽤 있었다. 이번 조용필 19집의 성공이 비단 중장년층에게서만 비롯되었다고 분석한 일부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다. 가왕의 화려한 귀환은 비단 그것이 가왕의 노래이기 때문이 아니라, 45년차의 노련미에 역동적인 동시대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산물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나의 소원은, 여느 소녀팬과 마찬가지로 그 분(!)과 짧게라도 이야기를 한 번 해보는 거다. 이건 진심이다. 이 소원이 이루어지면 나는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오마이뉴스> 관계자 분들이여(아니 사실 누구든),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좀 도와주시라. 조용필앓이가 갈 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큰일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나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명사가 되어 버린 가왕님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그동안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 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당신의 깊은 음악세계를 이제나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Hello 조용필] 응모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8099
5 댓글
하얀모래
2013-05-23 07:31:46
내가 나나무스꾸리 목소리에 빠져서 한 동안 그녀의 노래를 줄곧 들은거나
패티김의 풍부한 성량에 매혹된거나
20대가 오빠의 음악에 새롭게 빠져든거나
명곡은 시대불문하고 명곡이니 알아 보는 사람은 알아 볼 것이다.
다만 이번 19집이 메스컴을 타고 바람을 일으켜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
조용필은 늘 그만의 음악을 하고 있었으니까.
요즘은 다른 음악을 들을 겨를이 없다.
오빠 노래도 다 듣기 벅차서.
내가 음악을 짜달스리 많이 듣는건 아닌데 좀 편협되어 있긴 하지.
사실 관심이 그닥 없으니 찾아서 들을 생각을 안하는거 같다.
신곡이 나와도 그닥 관심이 없고 아무리 차트를 휩쓴다고 해도 별 관심이 안 간다.
다만.. 유재석의 음원이 나오면 돈 주고 사서 듣긴 한다. ㅎㅎㅎㅎ
내심 인기가 있다는 가수들에게 시샘이 나서 그런건 아닌지 모르겠다만.
인정하고, 인정해 주고 싶지 않는 것인지도 몰라. 본능적으로.
신승훈, 김건모 같은 가수들의 노래도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면에선 저 20대 아가씨 팬이 나 보다 훨 낫긴 한거 같다.
새로운 음악에 꽂힐 줄 아는 감각을 지녔어. ㅎㅎㅎㅎ
하얀모래
2013-05-23 07:32:49
노트 필기가 굉장히 깔끔하구나.
공부 잘하겠는걸?
움.. 필체 좋은 사람들 부럽..
꿈이좋아
2013-05-23 07:51:04
오빠께서 이글을 읽으시면 정말 뿌듯해 하실것 같아요...^^...
너무나 이쁜 팬을 얻으신것 같아 보기 좋아요..~~
필사랑♡김영미
2013-05-23 09:42:33
오빠께서도 이 글을 읽으셨겠지요?..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도 너무 뿌듯하고 흥분 되고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한데...
좋은 노래를 단박에 알아보는 귀와 좋은 음악을 편견없이 들으려는 마음과 풍부한 음악적 감정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네요.^^
200여곡의 명곡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서 그걸 어찌 받아 들이고 있을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랄까? 여태 한쪽으로 치우쳐 놓았던 세상이었는데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어마어마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 왜 진작 알아보지 못했을까를 외치고 있었다니...
19집 헬로 음반이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는 중이라는 걸 매일 매일 느끼면서도 또 새삼 놀라게 되네요.^^
이 정도면....헬로 조용필응모글 대상이 아닐런지요?...글씨도 참 이쁘게 잘 쓰네요.
가왕의 노래를 한곡 한곡 제대로 열심히 들으려고 몸부림 치는 필사의 흔적!..감동입니다.^^
유현경
2013-05-23 21:59:35
영미님 사진 너무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