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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앙시평'에 실린 [Q](정보제공 서파리님)

정동민, 2000-10-20 18:49:27

조회 수
787
추천 수
19
[중앙시평]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청춘은 끝이 났다. 우리의 사랑은 모두 끝났다'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필씨의 목소리. 오랜만에 듣는 Q가 어지럽다.

그 때 그 청춘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이 노래를 좋아했던 건 비장함 때문이었다. 열정의 끝을 볼 정도로 간곡한 사랑, 나락으로 구르는 걸 막을 수 없었던 절박한 사랑.

그런데 더 이상 비장할 것도, 절박할 것도 없는데 왜 이 노래가 불협화음이 되지 않는가. 노래에 취해 혼자 중얼거린다.

보내버린 청춘도 나쁘지 않구나. 더 이상 기대가 없는 사랑도 추억의 화덕에선 참담하지 않고 따뜻하게 구워지는구나. 그 옛날이 아련해진 세월 속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별을 보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축복처럼 열려 있었다. 아, 가을 하늘. 얼마나 오랜만에 올려다보는 하늘인지. 그래도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하늘인 것처럼 하늘은 넉넉하다.

왜 저 하늘을 잊고 살았을까. 왜 계절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까. 뭐가 그리 바빴는가. 바쁘다는 사실이 생에 대한 유일한 성찰인 가난한 인생은 아니었는지. 그렇게 바빠도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런 강박관념 속에서 살지는 않았는지.

얼마 전에 나온 통계는 그 느낌을 현실화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 '99년 사망원인 통계결과' . 우리 사회의 중추여야 할 40~50대가, 그 중에서도 남자들이 왜 그렇게 분주히 세상을 떠날까. 40대는 간기능 악화로, 50대는 뇌혈관 질환.심장질환으로 바쁘게 가고 있다.

자살도 만만찮다. 바쁘게 살다가 바쁘게 가는 그들은 성장의 신화에 시달리면서 만만찮은 짐에 등이 휘도록 뛰어온 가장들이었다.

40대 남자 사망률 세계 1위의 신화는 언제나 깨질 것인지. 잘 살기 위해 너무나 열심히 뛰어온 우리, 열심히 뛰었지만 뛰기만 했다.

왜 뛰어야 하는 건지, 언제 쉼표를 찍어야 하는 건지를 몰랐다. 분주하지만 불안하고 한눈 팔지 않았는데도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시대, 인간의 모든 불행은 조용한 공간에서 고요하게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는 파스칼의 말이 박힌다.

우리는 너무나 여유가 없었다. 건강도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관리의 대상이었을 뿐 건강한 몸이 주는 여유를 누리고 사는지. 누군가를 위해 기쁘게 음식을 준비해 본 적은 언젠지.

무심해진 마음으로 걷게 된 오솔길에서 다람쥐와 기분좋게 눈을 맞춰본 적은 있었는지. 석류가 팍, 하고 깨지듯 열리는 순간에 감동해 본 적은. 별자리 여행을 해본 적은. 하늘빛에 유혹돼 무작정 여행을 떠나 본 적은….

우리가 표정이 없어지는 건 인터넷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계절을 잊고 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가을,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흔들거리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면! 초라하고 가난할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마르케스의 말은 빈 말이 아니다.

대형차, 넓은 아파트, 고급의상, 터무니없는 과외비…. 이런 것들과 친해지지 않는다면 가벼워진 지갑이 숨막히게 옥죄어올 수 있을까. 인간관계도 '관리' 라는데 동의할 필요가 있을까. 풍요로운 인생은 필요한 게 많은 인생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자유로운 인생이라는 말은 아무리 곱씹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 백화점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상품들을 외면해보자. 불편한 게 생각보다 없을 것이다. 외식보다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요리해 나눠먹어 보자. 바쁘고 불안하다는 핑계로 삭막해 있었던 관계가 든든하고 단단해질 것이다.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이용해 보자. 책과 친해질 것이다. 버스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해 보자. 조금 불편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많은 것을 볼 것이다.

그렇게 가끔씩은 하늘을 보고 산에 들고 시골길을 걸어보자. 혼자만의 공간에서 추억도 불러내 보자. 그렇게 하기엔 삶이 너무나 무겁고 각박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유는 당신이 만들기 전에는 찾아오지 않는다. 당신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당신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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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YONGPIL-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대백과사전&악보집 도서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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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오빠의 18집 앨범에 관해..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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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자 [공연리뷰] '오페라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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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멜을 보낼 수 밖에 없었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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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제목을 알고 싶은데...

김한락 2000-10-21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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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쉐!만쉐! 만만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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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용필 콘서트에 즈음하여... 왕년의 가수라니요?

이우 2000-10-21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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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국민일보 이광형 기자님.. 얼굴한번 보고 싶군요.

김광훈 2000-10-2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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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앙시평'에 실린 [Q](정보제공 서파리님)

정동민 2000-10-20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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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님 이거보구 예매 하세요!!

정동민 2000-10-20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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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나도 열 나야

연아임 2000-10-20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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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만을 위한 최고의 무대(공연관련)

김명진 2000-10-20 789
  1097

기사 업데이트.. 그리고 재수 없는 기사 한가지..

박상준 2000-10-20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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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넘넘 열받아서 기자분한테 멜때렸음다!

e77 2000-10-20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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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우쒸.. 열나네..!

이진우 2000-10-20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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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 감상문 올렸슴다

박상준 2000-10-20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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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기사가 유니에 실렸습니다.

김광훈 2000-10-20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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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는 미리 좀 알려주시지-(왕 원망)

연아임 2000-10-19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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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 계시판에 올려도 될까나?

고미선 2000-10-19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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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조용필 또 예술의전당서 공연 (멋진 사진도 있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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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2000-10-19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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