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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may12th.com.ne.kr/image4.htm
김탁환: 80년대를 이끌었고 90년대에 새로 나온 가수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가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았으면 합니다.
조용필씨부터 이야기했으면 좋겠군요.
5집의 해설서를 보니까 '우리나라 가요 역사상 전무후무한 위대한 가수'라고
적혀있던데요,
조용필씨 음악을 어떻게 접하게 됬죠?
정석원: 조용필씨 음악을 접하게 된 건 김탁환씨나 저나 똑같을 걸요.
우린 그냥 그 시절 대중이었으니까, 그냥 있다 보니까 조용필씨
노래가 히트를 치고 너무 좋아하다보니 빠져들게 된 거죠.
국민학교 6학년 때쯤 TV에서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고
노래한 그때부터 신화가 시작되었잖아요.
제가 어린나이에 뭘 알겠어요.
단 지금 그 사람 노래가 좋으니까 좋아한 거죠.
지금까지도 제일 존경하는 분이에요.
우리가 이제 이런 걸 해야지, 대단한 걸 해야지 하고 판을 딱 만들어 놓고
우린 참잘해 하면서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 조용필씨의 새로 나온 음반을
들어보면, 짜식들 놀고 있군. 한 수 가르쳐줄까?', 꼭 이러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들어보면 우리의 수준보다 너무 저쪽 편에 있는 가수인 것 같고.
김탁환: 어떤 의미에서 그렇습니까?
정석원: 설명하기가 좀 힘들군요.
김탁환: 테크닉이 좋다, 이런 의미입니까?
정석원: 그런 것도 있죠. '서울 서울 서울'이 실린 그 판이 나왔을 때도.
그때는 제가 되게 잘난척 하면서 음악 듣던 시기인데도, 그냥 감탄사만
연달아 나오더군요.이야! 이거! 정말! 대단해!
김탁환: 한 마디로 정의하면 조용필씨의 음악은 무엇입니까?
정석원: 그 세대에 있어서 최상의 음악이죠.
김탁환: 이대로 인터뷰 나가면 독자들이 저게 무슨 암호야 이럴 것 같은데요.(웃음)
어떤 최상인지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정석원: 예를 들어 누구누구의 새로 나온 소설을 읽다가, 역시 이 사람은
정말 따라갈 수가 없군 하고 생각하게 되는 정도죠.
김탁환: 저는 고등학교 때 이제하라는 소설가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
다'를읽었는데 무슨 이야기인 줄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렇지만 엄청나게 느낌이 팍팍 오는 거예요.
그리고 대학 와서 한 3년 지나고 나서 그걸 다시 읽어보니까
어떤 식으로 줄거리를 짜서 어떤 식으로 감동을 만들었는지가
보이더라구요. 그런 게 있지않을까요.
조용필씨의 '단발머리'를 리메이크까지 했는데, 요즈음 조용필씨의 음악을
새로 들으면 어떻습니까?
정석원: 시대를 앞서갔다는 거죠. '단발머리'를 지금 들으면 이런 류의 노래와
이런 류의 창법과 이런 류의 연주를 그 당시에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단발머리'를 리메이크 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미 원곡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저희가 잘못 건드리면, 얘들이 뭐한 거야, 이런 소리
들으면 어떡하나 하는 거였어요.
김탁환: 잘 건드린 것 같습니까?
정석원: 저희 딴에는 최상은 아니지만 최선은 다했어요.
김탁환: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들었나요?
정석원: 일단 방향을 잡는 게 제일 힘들었죠.
방향을 올바로 잡아야지만 어떤 리듬을 쓰고 어떠한 음색을 쓰는가가
결정되는 겁니다.
여러 류의 리메이크가 가능한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냐.
처음엔 디스코로 가자는 생각이었죠.
일단 반주를 넣었을 때까지는 너무나 확신했어요.
너무나 훌륭하다, 듣는 사람들도 죽인다고 그러더군 요.(웃음)
그런데 노래를 넣고 나니까, 사람들이 이거 그때 그 노래 맞냐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혼돈스럽기 시작했죠.
분명히 훌륭했는데 왜 이렇게 됐울까.
지금도 원인은 못찾겠어요. 그리고 '뿅뿅뿅' 소리를 어디서 구하느냐.
그것 때문에 녹음실을 다 뒤지고 세운상가에서 악기 다 사오고 정말 죽도록
고생을 했지요.
멜로디 다 넣고 나서 나중에 들려주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영원히 해결이
안될 문젠데,들려주고 어떻냐고 물으면 '단발머리'네, 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저희는 '단발머리'라는 노래를 저희 나름대로 해석해서 한건데,
많은 대중들은 멜로디가 똑같으니까, '단발머리'니까 당연히 '단발머리'잖아
요? 이렇게 묻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 노래형태가 바꿔어졌냐는 것은 안 듣는 것 같아요.
멜로디가 '단발머리'네, 근데 왜? 이런 류의 반응이 많은 것 같아요.
김탁환: 우리나라에서는 리메이크한 음악의 의미를 따진다든지 음악성을 쳐주는 게
거의 없으니까요.
정석원: 그것에 대한 오기라고 할까요. 저희 판 낼 때 기자들도 어떤 노래가
이번에 타이틀이냐고 묻더군요.
아마 '단발머리'가 될 것 같다고 했죠. 그것 좋은 생각이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전부다 예? 왜요? 라고 하더라구요.
주위에 매니저 분들도 리메이크 부르면 너희 망한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에 대한오기죠.
그래서 제가 밀고 있는 곡은 '단발머리'와 '슬픈 인연'입니다.
모두 리메이크한 곡이죠. 솔직히 외국에서 리메이크한 걸 들어보면
멜로디도 다 똑같고 노래도 자기 나름대로 한 거고, 노래 자체는 하나도
바뀐 것 없거든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가수들의 리메이크 곡을 너무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가요로 만들면 노래가 똑같은데 왜 이게 리메이크야, 라고
반문하는 상황이에요.
어떤 분들 은 노래 리듬도 바꾸고 가사도 바꿔야 리메이크한 걸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그럴 바에야 우리가 왜 그 곡을 리메이크 하겠어요?
그 곡의 멜로디가 너무 좋으니까 리메이크하는 건데 멜로디가 다 바뀌면
리메이크하는 의미가 없죠.
리메이크한 음반을 선뜻 살까? 이런 물음을 던질 수는 있다고 봐요.
김탁환: 그래도 클래식 음반은 어느 지휘자가 지휘를 하느냐에 따라서 골라서
듣게 되잖아요?
정석원: 제가 이해 못하겠다는 게 그거예요.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런 식으로 이 곡을 해석했다고 주장하는 건데.
그런 의미를 파악해주지 않으니...
김탁환: 해석해낼 능력이 없는 측면도 있는 것 같네요.
정석원: 능력이 없다기보다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가요는 리메이크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같아요.
당연히 가수가 신곡을 냈으면 신곡으로 밀어야지, 왜 리메이크를 밀어,
라는 심리.
혹자들은 나올 것 가 나왔는 모양이지 뭐, 그런 말도 하고.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인기 좋은 마이클 볼튼이나 머라이어 캐
리도 할 것 없어서 리메이크하는 건가요?
저흰 신세대들에게 너네들보다 윗세대에도 정말 좋은 노래가 많다는 걸
일깨워주고 싶은건데.
자켓사진은 공일오비 5집 자켓입니다.
01. 바보들의 세상
02. 슬픈인연
03. 마지막사랑
04. 시간
05. 너에게보내는마지막편지
06. 단발머리
07. 그녀의딸은세살이에요
08. NETIZEN
09. 아직도희망은있어-세상의어린이들에게
10.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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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하얀모래
2001-11-03 03: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