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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환기자의 현장+] 오빠부대와 함께 한 3일

[서울신문 2005-02-15 09:12]  


가수 휘성의 인터넷 팬카페 ‘휘성랜드’의 10대 회원들이
한 케이블TV의 공개방송을 앞두고 자신들이 만든 피켓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댁 같으면 이 추위에 저러고 있는 애들이 이해가 되슈?
  내 딸 같으면 당장이라도….”

서울 청담동의 주택가.

소녀팬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록그룹 ‘더 트랙스’의 숙소 앞에는 10대들이 진을 치고 있다.

길건너 슈퍼의 50대 주인은

“애들 덕분에 매상은 많이 오른다.”면서도 머리를 흔들었다.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는 아이들이다.

스타의 공연장에서 열광하던 1980년대 ‘오빠부대’도 어른들에게는 철없는 아이들로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국과 연예기획사, 숙소를 전전하며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면 오빠부대의 ‘충성심’은 턱없이 뒤진다.

하기는 오빠의 ‘빠’에 젊은 여성을 낮추어 부르는 어미 ‘순이’가 합쳐진 이름부터가

오빠부대보다는 점잖지 못하다.

이처럼 문제아나 불량소녀 같은 이미지를 지닌 이들은 누구인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

기자는 아이들이 ‘출몰’하는 장소를 사흘 동안 쫓아 다녔다.

■ 양말 4켤레 껴신고 밤샘도 즐거워

지난 3일 오전 1시 청담동에서 만난 트랙스의 팬 효선(18·가명)이는

숙소 현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골목길에서 밤을 새우고 있었다.

낮에는 기획사 사무실과 미용실, 저녁에는 방송국을 찾아 나선다.

효선이의 일상은 트랙스의 동선과 일치한다.

트랙스의 모든 스케줄은 인터넷으로 공유된다.


●효선이의 일상은 스타의 동선과 일치

효선이는 가수의 사생활을 좇는 ‘사생파’와 공개방송만 따라다니는 ‘공방파’의 종합판이다.

그는 사흘째 영하의 밤공기에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담요 한 장으로 막아내고 있다.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지만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이다.

현관에서 인기척이 날 때마다 효선이는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한다.

금방이라도 ‘오빠들’이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녀석의 얼굴은 빨갛게 텄고 입술도 갈라졌다.

이 골목에서 어른들은 반갑지 않은 존재다.

이해하려 하지 않고 훈계만 하려 드는 존재로 인식된다.

처음엔 기자를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던 효선이는 슈퍼에서 구해온

라면 박스와 뜨거운 녹차를 건네자 경계심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친구집에 있다고 말했어요.
  TV에서 오빠들을 보는 것으론 부족해요.
  오빠들 얼굴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에요.”

효선이는 작정한 듯 말을 이어 갔다.

“어른들 시선이 불편하지만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른들이 축구나 야구를 보며 열광하는 것과 뭐가 다르죠?”

효선이는 지난 1일 포항 집에서 가출 아닌 가출을 감행했다.

오빠들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3이 되는 효선은 부쩍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눈치다.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이라지만 대학으로 가는 길은 트랙스 오빠들을 만나는 길보다 더 험난하게 느끼는 듯했다.

이날 함께 밤을 새운 아이들은 5명.

담요를 두른 채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의 화제는 당연히 멤버들.

가족 관계부터 키, 몸무게, 성격, 말투, 좋아하는 음식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아이들은 밤샘 경험을 ‘숙소 후기’로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또래집단에서는 남이 모르는 시시콜콜한 정보가 있거나,

스타와 말 한 마디라도 나눠본 경험이 있는 것 만으로도 ‘권력’이 된다.


●“어른들 축구 좋아하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이들도 스타를 영원한 존재로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만족해.

  하지만 꿈은 엄연히 있어.

  좀 더 나이를 먹거나 남자친구가 생기면 오빠들을 잊게 될지도 모르지.”

효선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은 “난 아니야.”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동감하는 표정이다.

보통 40∼50명이 몰려들지만 추운 날에는 ‘출석률’이 낮다.

개학을 하면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30분 간격으로 경찰차가 무심한 듯 골목을 순찰한다.

오히려 소녀들 틈에 끼어 앉은 기자를 의심쩍게 살펴보곤 했다.

밤샘에도 노하우가 있다.

20일 연속 밤을 새운 적이 있다는 윤아(15·가명)의 비법.

“다 쓴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부어 안고 있으면 춥지 않아요.

  편의점에 가면 뜨거운 물은 공짜로 얻을 수 있거든요.

  많이 껴입어야 해요.

  양말과 스타킹까지 보통 4켤레는 신지요. 담요는 필수죠.”

윤아의 말대로 더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안고 있었더니 몸이 따뜻해진다.

새벽이 되자 아이들은 골목길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효선이는 “우리 때문에 오빠들이 욕을 먹을까봐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6시20분 가까운 PC방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 아이들은 총총히

오빠들이 머리를 단장하는 인근 미용실로 향한다.

이날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의 공개방송 현장.

전날 일산의 야외 공개방송에서 만난 민지(15·가명)와 이슬(15·가명)이는

5시간이나 남았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가수 휘성의 팬클럽 회원들과 수다를 떨고 있다.

두 사람은 휘성의 데뷔 998일째인 지난달 19일 처음 만났다.

스타의 데뷔일이 이들에게는 기념일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우린 그런 꿈 안꿔요.

음악이 좋은 것뿐 얼굴도 안되고, 목소리도 안되잖아요.”

요리를 좋아하는 민지의 장래 희망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슬이는 코디네이터이다.

슬이는 휘성과 친구처럼 통화하는 코디의 모습을 본 뒤 유치원 교사에서 꿈을 바꾸었다.

●스타만 좇는 게 아니라 미래도 준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경미(13·가명)는 테마파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거든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경미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가수만 쫓아다니는 줄 알았더니 아이들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교 때부터 기획사의 공식 팬클럽 임원으로 활동해 온 대학생 박모(23·여)씨도

기성세대의 시선에 불만이다.

박씨는 “대책없는 아이들로 보는 건 억울하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팬클럽은 더 이상 무대 밑에서 스타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팬클럽은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헌정 앨범을 제작하는 등

대중문화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의 팬클럽이란 아이들에게 사회적 관계를 체감케 하는 인생의 한 무대 장치는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를 졸업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痛)이라면 더욱 다행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스타를 따르는 순수한 아이들을 상업적 측면에서 조직화하는

최근의 분위기가 심화된다면 성장통은 고질병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여전히 남았다.

sunstory@seoul.co.kr


■ 국내 팬클럽 어떻게 변했나

국내 팬클럽은 1980년대 초반 가수 조용필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용필 오빠”를 외치며 따라다니던 소녀팬들은 이제 40대 어머니가 됐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1960년대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 공연에 열광했던 세대의 딸이

1980년대 조용필의 팬이 됐고,

그들의 딸이 다시 요즘의 10대가 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팬클럽이 용인되고 있는 데는 역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필에 앞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는 남진과 나훈아가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열광은 가요계의 스타 등장에 따른 자연발생적인 현상에 머물렀다.

클리프 리처드 공연때 오빠부대가 장안의 화제를 모은 것은 폭발력있는

슈퍼스타를 가지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1990년대 초반 등장한 서태지의 팬클럽은 소수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컬트화’라는 현상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하이텔 등 컴퓨터 통신이 활발해지면서 통신을 통한 팬의 결집 현상도 처음 나타났다.

서태지 팬클럽은 스타가 사라져도 지속되는 특징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연예기획사가 주도하는 이른바 스타 시스템이 본격화하면서

조직화된 팬클럽이 등장한다.

기획사가 스타와 팬을 동시에 띄우면서 10대팬들을 가리키는 ‘빠순이’이라는

부정적 용어도 나타났다.

H.O.T,SES, 젝스키스 등 아이돌 가수의 팬클럽은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또래집단으로 체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의 팬클럽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층 더 능동적이다.

기획사와 대립하기도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하지만 팬클럽과 기획사의 대립조차 내부적으로는 ‘기획사의 기획’일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팬클럽의 구성원은 순수하다고해도 팬클럽 자체는 고도의 상업주의에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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