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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2006-06-01][전주문화읽기] 전주, 그리고 조용필과 장사익
2006.06.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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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문화읽기] 전주, 그리고 조용필과 장사익
한 달 내내 치열하게 선거전이 펼쳐졌던 5월,
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두 차례의 대형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음유시인 장사익의 소리판 ‘희망한단’(13일)과
국민가수 조용필의 ‘2006전주콘서트’(27일)가 그것이었다.
장사익은 1995년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주최한 윤동주시인 50주기 기념 추모행사에
가수 양희은과 무용가 이애주 교수와 함께 초청해서 일본에 함께 갔던 인연이 있었다.
장사익은 윤동주시인이 생을 마감한 후쿠오카형무소 터에서
진행된 해원굿판의 태평소 연주자로 참석했다.
장사익은 함께했던 1주일 내내 별로 눈에 띄는 행동을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조용한 사람이었기에 나를 비롯해서 누구로부터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웬걸,
장사익은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하늘로 가는 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전국을 돌며 소리판을 열었고,
털끝만큼의 인연을 지녔던 나로 하여금 급속도로 그의 노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장사익은 질그릇같은 소리를 내면서 소박한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노래를 들려주었다.
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세파에 버거워진 짐을 잊을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어서 장사익이 좋았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장사익류’라는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면서
장사익은 마니아층을 일궈나갔다.
장사익의 노래는 국악이면서 국악이 아니고,
가요이면서 가요가 아닌 것으로 평가받곤 했다.
장사익은 특정장르에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노래가 우리가락을 기저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발라드도 트로트도 포크송도 아니지만 록과도 어울리고 재즈와도 호흡을 맞추는
여유로운 장단이 음치인 나에게도 귀를 열게 만들었다.
5월 중순임에도 쌀쌀한 기운마저 감돌았지만,
소리판이 열렸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은 밀려든 관객 3천여명 이상이
끝까지 함께하면서 ‘희망한단’, ‘아버지’, ‘삼식이’ ‘꿈꾸는 세상’ ‘동백아가씨’ ‘봄비’ 등
허름한 삶을 보듬는 삶의 응원가들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두 주일이 지난 주말 나는 다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제왕,
진정한 국민가수,
가요계의 신화,
20세기 최고의 가수,
대중가요의 전설이라는 수식어로 치장되곤 하는 조용필을 만났다.
이름하여 ‘2006 Pil & Passion’이었다.
Passion이란 정열, 열정이란 뜻으로 그 동안 보여줬던
조용필의 열정적인 모습을 재현하는 한 해로 만들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테마란다.
조용필의 콘서트는 Passion이라는 뜻에 맞게 정말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장사익의 소리판에서는 갑작스런 추위를 견뎌야 했지만,
조용필의 콘서트는 상당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빗줄기속에서도 초만원을 이룬 야외공연장에 보답이라도 하듯
조용필은 초대형 스케일로 관객을 압도시키는 무대, 박진감 넘치는 영상,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환상의 레퍼토리로 열정적 공연을 선보였다.
때로는 오페라같이,
때로는 뮤지컬같이 관객을 리드하는 조용필의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역시 조용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있는 히트곡 퍼레이드를 들을 수 있는
조용필 콘서트는 빗줄기속에서도 관객이 곳곳에서 스탠딩해서
광적인 지지와 열기를 보여주는 저력을 발휘했다.
5월, 전주에서 펼쳐진 두 차례의 대형 공연을 보면서,
나는 전주의 문화가 더 이상 외양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게 되었다.
장사익과 조용필의 무대처럼 추위를 이기고 빗줄기를 견디면서 성황을 이뤄내는
우리고장 출신의 문화예술인들을 키우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고는
더 이상 ‘예향은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다.
/정상권 (경영학박사· 두인기획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