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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8-05-29] 부산을 담은 미술 ‘돌아왔다, 부산항에’
2008.05.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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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담은 미술 ‘돌아왔다, 부산항에’
입력: 2008년 05월 29일 17:34:57
ㆍ‘아트 인 부산 2008’
부산시립미술관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외쳤고 작가들이 화답했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부산 2008:돌아와요 부산항에’에는 부산 출신 작가, 부산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부산을 담은 미술’이 만개해 있다.

우장춘·조용필·유치환·박생광 등 부산의 대표 인물 4인을 그린 박영근 작가의 작품 ‘사람의 도구’
부산 출신 유명 작가들이 부산의 자취가 담긴 작품을 들고 참여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만화가 박재동씨는 학생 때 그린 그림 10여점을 선보였다. 전포동 골목 풍경을 담은 그림 뒤에는 ‘1970년 1월1일 부산고교 박재동’이란 서명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린 포스터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도 당시의 시대상을 느끼게 해준다. 정복수 작가는 1970년대 부산의 해운대·자갈치 시장 풍경을 담은 작품 20여점을 첫 공개했다. 한국의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김구림 작가는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를 미니멀 조각으로 표현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그라인더를 이용한 회화로 유명한 박영근 작가는 우장춘·조용필·유치환·박생광 등 부산 대표 인물 4인을 가로 9m의 회화로 연출한 대작을 내놓았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하는 최소영 작가는 청바지를 이용한 페인팅과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 부산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가로 12m짜리 대형 작업을 걸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전을 기획한 박천남 학예연구실장(왼쪽)과 김준기 큐레이터.
부산 출신은 아니지만 이번 전시에 초청돼 부산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의 작품도 흥미롭다. 사석원씨는 눈내리는 동백섬을 담은 회화를 내놓았고, 안세권씨는 부산 야경을 담은 대형 필름 작업을 선보였다. 이중재 작가는 대중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이용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작업을 만들었다.
이 전시는 부산을 매개로 유명 작가들을 한데 모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미술관이 지역의 정체성을 미술의 눈으로 들여다 봄으로써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천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그동안 공공미술관들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 전시를 열었다”면서 “지역의 정체성, 지역 문화와 호흡할 수 있는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시 역시 “부산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조형언어로 다뤄보겠다는 것”이라며 “작가들에게 부산이란 키워드를 주고 작품으로 풀어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통해 바라본 부산은 새롭다. 김준기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부산을 바다의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산의 도시”라고 말했다. 피란민들이 모여 살면서 생긴 달동네, 산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슬레이트 집, 산등성의 도로 등 “인간적 모습이 진하게 남아있는 부산의 재발견”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박천남 실장은 “부산에는 여전히 많은 목욕탕 굴뚝과 최근에 세워진 고층의 주상복합건물 등이 불균형하게 이정표를 형성하고 있다”며, 부산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보존하고 싶은 지역, 개발해야 할 지역 등에 대한 ‘감상’이 생기면서 “개발에 대한 반성, 부산의 미래에 대한 상상 등 시민의 심리적 지형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63팀의 작가들이 참여해 100여점의 작품을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시이면서 지역성 또한 알차게 살린 이 같은 전시를 지방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런 전시를 만든 데에는 두 기획자의 오랜 고민이 담겨 있다. 삼성문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의 큐레이터로 일한 경력이 있는 박천남 실장은 제대로 된 시립미술관 전시문화를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시립미술관에 지원했다.
사비나미술관 등에서 일했던 김준기 큐레이터는 박 실장의 뜻에 동의해 고향이기도 한 부산에서 의기투합했다. 박 실장은 “이번 전시가 부산 일반에 대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자갈치 아지매, 신세대 여성, 공단지역 등 대상을 구체화해 기획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또 ‘미술관 밖으로 나가는 미술’을 위해 지하철역과 재래시장을 꾸미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30일부터 7월6일까지. (051)744-2602
<부산 | 임영주기자>
출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5291734575&code=960401
입력: 2008년 05월 29일 17:34:57
ㆍ‘아트 인 부산 2008’
부산시립미술관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외쳤고 작가들이 화답했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부산 2008:돌아와요 부산항에’에는 부산 출신 작가, 부산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부산을 담은 미술’이 만개해 있다.

우장춘·조용필·유치환·박생광 등 부산의 대표 인물 4인을 그린 박영근 작가의 작품 ‘사람의 도구’
부산 출신 유명 작가들이 부산의 자취가 담긴 작품을 들고 참여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만화가 박재동씨는 학생 때 그린 그림 10여점을 선보였다. 전포동 골목 풍경을 담은 그림 뒤에는 ‘1970년 1월1일 부산고교 박재동’이란 서명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린 포스터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도 당시의 시대상을 느끼게 해준다. 정복수 작가는 1970년대 부산의 해운대·자갈치 시장 풍경을 담은 작품 20여점을 첫 공개했다. 한국의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김구림 작가는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를 미니멀 조각으로 표현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그라인더를 이용한 회화로 유명한 박영근 작가는 우장춘·조용필·유치환·박생광 등 부산 대표 인물 4인을 가로 9m의 회화로 연출한 대작을 내놓았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하는 최소영 작가는 청바지를 이용한 페인팅과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 부산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가로 12m짜리 대형 작업을 걸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전을 기획한 박천남 학예연구실장(왼쪽)과 김준기 큐레이터.
부산 출신은 아니지만 이번 전시에 초청돼 부산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의 작품도 흥미롭다. 사석원씨는 눈내리는 동백섬을 담은 회화를 내놓았고, 안세권씨는 부산 야경을 담은 대형 필름 작업을 선보였다. 이중재 작가는 대중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이용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작업을 만들었다.
이 전시는 부산을 매개로 유명 작가들을 한데 모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미술관이 지역의 정체성을 미술의 눈으로 들여다 봄으로써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천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그동안 공공미술관들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 전시를 열었다”면서 “지역의 정체성, 지역 문화와 호흡할 수 있는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시 역시 “부산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조형언어로 다뤄보겠다는 것”이라며 “작가들에게 부산이란 키워드를 주고 작품으로 풀어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통해 바라본 부산은 새롭다. 김준기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부산을 바다의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산의 도시”라고 말했다. 피란민들이 모여 살면서 생긴 달동네, 산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슬레이트 집, 산등성의 도로 등 “인간적 모습이 진하게 남아있는 부산의 재발견”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박천남 실장은 “부산에는 여전히 많은 목욕탕 굴뚝과 최근에 세워진 고층의 주상복합건물 등이 불균형하게 이정표를 형성하고 있다”며, 부산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보존하고 싶은 지역, 개발해야 할 지역 등에 대한 ‘감상’이 생기면서 “개발에 대한 반성, 부산의 미래에 대한 상상 등 시민의 심리적 지형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63팀의 작가들이 참여해 100여점의 작품을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시이면서 지역성 또한 알차게 살린 이 같은 전시를 지방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런 전시를 만든 데에는 두 기획자의 오랜 고민이 담겨 있다. 삼성문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의 큐레이터로 일한 경력이 있는 박천남 실장은 제대로 된 시립미술관 전시문화를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시립미술관에 지원했다.
사비나미술관 등에서 일했던 김준기 큐레이터는 박 실장의 뜻에 동의해 고향이기도 한 부산에서 의기투합했다. 박 실장은 “이번 전시가 부산 일반에 대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자갈치 아지매, 신세대 여성, 공단지역 등 대상을 구체화해 기획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또 ‘미술관 밖으로 나가는 미술’을 위해 지하철역과 재래시장을 꾸미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30일부터 7월6일까지. (051)744-2602
<부산 | 임영주기자>
출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5291734575&code=960401